김재수(59)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30년 넘게 농업 분야 공직생활을 거친 전문가다. 농촌진흥청장과 농림부 제1차관을 거쳐 2011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으로 임명되고서 사장으로 재임했다. 연임에 성공하면서 2007년 공공기관 임기제 도입 이래 최초로 연임된 최장수 기관장이 됐다. 자타공인 농정 전문가인 그였지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고 헌정 여섯 번째로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는 곤욕을 치렀다. 야당의 '식물 장관' 취급과 집중포화에도 태풍 '차바'가 쓸고 간 지역을 방문해 민생과 농정을 챙겼다. 그야말로 맷집으로 버텼다. 최근에는 김장철 채소값, 쌀값 안정 외에 청탁금지법(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으로 직격탄을 맞은 농축산 농가에 대한 대책으로 눈코 뜰 새가 없다.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헐값 전세' '특혜 대출' 등 각종 의혹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30년 이상 주거래 했던 은행에서 1.4% 싼 금리를 받았는데 1.4% 금리로 대출했다고 하니 황당했다. (전셋집에 대해선) 서로 알지도 못했고, 담보대출 때문에 전세금을 올려받지도 못했다고 집주인이 증언했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쉬웠다. 문제 제기했던 야당 의원들이 나중에 사정을 설명하기도 하고 사과도 했다. 현재 야당과의 관계는 크게 나쁘지 않다. 지역 현안이나 예산과 관련된 논의를 해야 하기도 하니 말이다.
-사장으로 재임하던 aT가 맡았던 한식 세계화 사업이 '최순실 사태' '미르재단'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한식 세계화 사업이 시작된 2009년 당시 담당 기관이 없어서 aT가 맡아서 추진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맡을 성격이 아니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면서 결국 한식재단으로 이 업무를 넘기기로 했고 aT에 배정된 예산도 차례로 줄었다. 그 뒤 한식재단에서 어떻게 했는지는 모른다. aT 사장이 미르재단과 짜고 프랑스 요리학교에 상납했다는 등의 의혹은 소설이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한우, 꽃, 송이버섯 농가 등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축산업계에 타격이 상당하다. '혼밥족' '1인 가족' 등 추세에 맞지 않게 농축산품의 포장 단위가 큰 편이다. 김영란법이 현대인의 소비 패턴 변화에 맞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위 가격이 비싼 상품들은 가액 기준에 맞춰 소포장'실속형 선물 및 식사 세트를 개발해 대응하려고 한다. 고가 상품의 유통 단계에서 거품을 빼고 구조를 개선해 장기적으로는 사회 곳곳의 비효율을 걷어낼 것이다.
-탄수화물 기피로 쌀 소비량이 급감하고 있다. 쌀값 안정 대책은.
▶올해 생산된 쌀 29만9천t을 격리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방법은 아니다. 생산단계부터 줄여야 한다. 재배면적을 6만㏊를 줄이면 초과 생산분 30만t이 줄어든다. 쌀 재배 농가가 작물을 전환하는 데 따른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책 과제다. 아침 간편식, 명품 쌀 프랜차이즈, 쌀가공산업 활성화 등으로 소비를 북돋우는 방안도 있다.
-올해 김장철 배추'무 값이 평년의 2배 수준이다. 김장 채소 가격 및 수급 안정 방안은.
▶11월 중순부터 가을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면서 가격이 감소세다. 평년보다 크게 낮았던 지난해 배추 가격보다는 약간 높겠지만,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전국적으로 김장이 집중되는 기간에 소비가 몰려 가격이 폭등하지 않도록 비축한 배추를 시장에 집중적으로 공급하려고 한다. 물 부족으로 수급이 불안했던 여름철 고랭지 배추에 대해선 대관령에 취수보를 마련해 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귀농'귀촌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경북 지역은 귀농'귀촌의 메카라고 불릴 정도인데 활성화 방안은.
▶지난해까지 33만 가구(48만6천638명)가 농촌으로 돌아갔다. 전체 귀농'귀촌 인구의 10.6%가 경북에 있고, 귀농 가구 수도 3년 연속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는 정부 정책이 잘 만들어져서보다는 고령화 사회의 트렌드라고 봐야 한다. 농촌은 실패한 도시민이 찾는 곳이 아니다. 비농업분야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이 농업 분야에서 마케팅, 토목 등에서 능력을 발휘해 이바지할 것이다. 정착 초기에 생기는 갈등은 오히려 지역 사회의 다양성, 행정 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본다. 고부가가치 분야 교육, 창업컨설팅을 통해 귀농'귀촌인의 안정적 정착과 창농을 지원할 계획이다.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등으로 쌀, 쇠고기를 비롯한 농축산 분야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우려가 있다.
▶FTA에서 '무역'(trade)만 강조돼선 안 된다. 국가 간 전략적인 관계, 지정학적 위상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주미대사관 농무관으로 근무할 때 정권 교체를 앞둔 미국 정부의 한미 FTA 협상 과정을 지켜봤다. 경제통상 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혼란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과 새 정부 출범 후 나올 정책은 다를 것이다. 'FTA를 재협상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6개월 전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농업 정책을 비교했는데, 큰 차이가 없었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본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상황을 살펴본 뒤 대비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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