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박 대통령의 검찰 수사 거부, 법치의 부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 중간발표에 반발해 검찰의 수사를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은 법치를 흔드는 또 다른 국기 문란 행위이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대통령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임기 중 내란과 외환의 죄를 제외한 범죄로는 형사소추를 받지 않을 뿐이지 수사 자체를 거부할 특권은 없다. 법치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앞장서 법치를 무너뜨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객관적 증거를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 지은 사상누각"이라고 했다. 물론 그렇게 판단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로 판명되지 않은, 어디까지나 박 대통령 측의 주장일 뿐이다. 이를 입증하는 절차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검찰의 수사에 응해 검찰과 사실관계를 다툰 다음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검찰의 수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수사 단계에서조차 결백을 입증할 자신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밖에 안 된다.

수사 거부는 박 대통령 스스로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어기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2차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검찰 수사는 물론 특검 수사도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 검찰의 조사 요구에 모두 불응했다. 결국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일시적 위기 모면을 위한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특검 수사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 변호인은 "검찰의 직접 조사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며 '중립적'이란 복선을 깔았다. 이를 두고 야당이 추천하는 특검에 '중립성' 문제를 걸고넘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원칙주의자'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거부는 원칙 중에서도 원칙인 법치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아직도 지켜야 할 명예가 남아있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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