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부터 2년 단위로 열리고 있는 대구사진비엔날레(이하 대구비엔날레)가 표류하고 있다. 여섯 번이나 치른 경험과 노하우에도 불구하고 정체성 부재와 운영 미숙, 지역사진계'사무국'운영위의 밥그릇 싸움, 홍보 부족 등으로 국제행사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구비엔날레의 실태와 문제점,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봤다.
◆실태와 문제점
33개국 3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란 주제로 9월 29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린 6회 대구비엔날레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다. 대구비엔날레 정체성은 온데간데없고 본전시와 특별전, 딸림 전시는 주제가 제각각이어서 일관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게 중론이었다.
사실 이번 대구비엔날레는 급조한 행사였다. 요시카와 나오야 감독이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것은 올 2월. 자리다툼으로 2년간 준비해야 하는 비엔날레 감독을 개막 7개월 전에 선임한 것이다. 한 운영위원은 "지역 사진인들이 너무 분열돼 있다. 감독과 운영위원 등의 자리를 놓고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몸부림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라면서 "선'후배는 물론 스승'제자도 없다. 모이면 싸운다"고 일갈했다.
전시안도 4월에야 확정됐다. 전시 기획을 진행하는 기획자와의 계약은 물론 작가 섭외도 늦었다. 홍보도 국제행사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실했다. 행사장인 대구문화예술회관을 찾아가는 도심 길목에는 다른 문화행사 배너만 촘촘히 걸려 있을 뿐 대구비엔날레를 알리는 홍보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준비 부족은 전시 부실로 이어졌다. 작품 안내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서둘러 안내판을 설치하는가 하면 개막 직전에 선발한 도슨트는 준비 부족으로 가이드북을 읽는 수준이었다.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은 그대로 관람객 수 감소로 나타났다. 올 대구비엔날레 유료 관람객 수는 6천800여 명으로 2014년 비엔날레의 유로 관람객 1만9천여 명보다 65% 감소했고, 2012년 비엔날레 유료 관람객 5만3천여 명보다는 87%나 격감했다.
◆과제
전문가들은 예산이 12억원이나 들어가는 대구비엔날레가 자리다툼과 자기 사람 챙기기, 나눠 먹기, 책임회피 등으로 진행되는 한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온갖 잡음이 계속되어 '사진의 도시 대구'의 명성에 큰 흠집을 남기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해서든 개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계 일부에서는 비엔날레를 대구미술관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비엔날레를 대구미술관에 통합'운영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통한 국제적인 인지도 재고와 회계처리 투명성 확보, 체계적인 아카이빙 구축, 미술관 전문인력 활용, 장기계획 수립 등으로 전시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진계는 "미술관에 통합 운영되면 독립성이 침해받게 돼 사진이 지닌 장르의 특성도 퇴색될 것"이라면서 "사진과 미술의 영역이 다른데 미술관에서 행사를 진행하면 사진이 미술에 예속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고, 민간 주도 흐름에 역행한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비엔날레를 이대로 둘 수는 없다는 문화예술계의 비판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비엔날레를 발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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