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탄핵만큼 중요한 탄핵 이후 국정 관리 방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야권은 다음 달 2일이나 9일에 탄핵 소추안 발의와 표결 절차를 밟기로 합의했다. 새누리당도 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2일 또는 9일이 다소 성급하다면서도 "절대 당론으로 탄핵 표결을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늦어도 9일까지는 헌정 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 탄핵 소추가 추진된다.

이는 박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하야와 2선 후퇴라는 국민의 요구를 거부한 것은 물론 검찰의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대국민 약속도 깨버렸다. 그러면서 "차라리 헌법'법률에 따라 논란을 매듭지어달라"며 탄핵 심판을 요구했다. 현직 대통령이 자진 사퇴하지 않는다면 그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헌법적 장치는 탄핵뿐이다. 문제는 탄핵이 엄청난 국가적 혼란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탄핵까지 오게 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탄핵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찬반 의견 분포로 보아 일단 가결 쪽에 무게가 실린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주도로 탄핵에 찬성하는 비박계 의원이 늘어나면서 야 3당 소속 171명을 합해 가결 정족수(200명)를 10명 넘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안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기 때문에 가결을 확신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일단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탄핵 추진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탄핵 다음의 국정 관리이다. 현재 이에 대한 야당의 계획은 전무하다. 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국무총리 추천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하다 결국 탄핵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탄핵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끝날 때까지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 그 기간은 최장 180일이다. 황 총리에 대한 야당의 거부감을 감안하면 이 기간 중 국정이 어떻게 굴러갈지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결국 최선의 방안은 다음 달 2일이든 9일이든 탄핵안 표결 전까지 서둘러 총리를 추천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김병준 총리 내정자를 신속히 인준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탄핵 이후 국정 관리에 대한 로드맵 없이 탄핵에만 '올인'하는 것은 국정의 마비를 장기간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 정도의 비상시 국정 관리 기획력도 없다면 야당은 탄핵할 자격 자체가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는 수권 능력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확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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