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베일 벗은 국정교과서, 선택 여부는 학교 현장에 맡겨야

국정 역사교과서가 28일 공개되자마자, 예상대로 논란이 분분하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담았다"고 밝혔지만, 야당과 주류 역사학계, 전교조 등은 "뉴라이트의 사관을 옮겼고 박정희 정권과 재벌, 친일파를 미화했다"고 비판했다. 정부 관계자와 관변 학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정 역사교과서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가장 논란이 큰 부분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꿔 표기한 것이다. 헌법에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조항과 배치된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뉴라이트의 '건국절' 사관과 비슷하게 기술됐다.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독재 사실도 기술했으나, 박정희 정권의 공적에 대한 설명이 검정교과서에 비해 크게 할애됐다.

친일파에 대한 기술도 검정교과서에 크게 줄었고, '친일파' 대신 '친일세력' '친일인사'라는 표현을 쓴 것도 논란거리다. 현대사 집필진에 정통 역사학자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데다, '관변' 학자나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들만 참여한 상황에서는 당연한 결과물인지 모른다.

국정교과서를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박근혜 대통령과 연관된 부분을 편향되게 기술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면 정말 큰 문제다. 현직 대통령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기술이 있는 교과서를 학생에게 가르치게 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리하게 국정교과서 채택을 추진한 박 대통령이 '식물 대통령' 상태임을 감안하면 국정교과서는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생명을 다한 '괴물'이나 다름없다. 교육부의 태도를 볼 때 내년 3월 학교 현장에 보급하려던 당초 계획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더라도, 국정교과서를 당장 폐기하는 것도 문제다. 박 대통령이 밉다고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교과서를 없애는 것은 비생산적이다. 국정교과서를 채택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교육 현장에 맡겨두면 된다. 자신의 가치관과 역사관을 남에게 강요할 일이 아니다. 역사 논쟁은 정답이 없는 영역이므로 국정교과서가 쓸모없다면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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