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동네 으뜸 의사] 조영준 맥치과병원 원장

"의사에게 중요한 건 신뢰와 생각의 힘이죠"

조영준(48) 맥치과병원 원장이 물었다. "어르신 환자들이 제게 '선생님이 놓는 주사는 아프지 않다'고 해요. 왜일까요?" 조 원장이 원장실에 설치된 CCTV 화면을 바라봤다. "원장실에 있다가도 아는 환자가 오면 나가서 인사를 드려요. 진료 중에 환자가 같은 질문을 반복해도 끝까지 답해줍니다. 결국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니까요."

조 원장이 '자존감을 높이는 3단계'를 읊었다. "1단계, 스스로 무엇인가 이루는 것. 2단계, 1단계의 성취를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 3단계, 타인을 위해 내놓는 것입니다." 그는 요즘 마지막 단계에 집중하고 있다. 1999년 개원 직후 치아가 난 채 태어나는 신생아들을 돌보는 것으로 시작한 진료봉사는 이제 혼자서는 벅찰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그는 "얼른 은퇴하고 봉사활동을 더 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내내 "쉽지 않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로봇학자 꿈꾸던 소년, 치과의사를 천직으로

조 원장은 "치과의사가 될 줄 몰랐다"고 했다. 그가 치의대에 진학한 건 어쩌면 '불행' 탓이었다. 1986년 학력고사를 치르던 날, 뒷자리에 앉은 한 수험생이 칼로 등을 찌르며 "답을 알려달라"고 위협했다. "시험 감독 교사에게 일러도 해결이 안 되더군요. 그렇게 시험을 망쳤죠."

공과대에서 로봇을 만들고 싶던 소년은 치의대에 진학했고 방황했다. 입학 후 저공비행하던 성적은 3학년 말부터 오름세를 탔다. 실습을 시작하며 재미를 붙인 덕이었다. 그의 작은 손은 치과의사로서 기술을 연마하는 데 제격이었다. 운도 따랐다. 치의대 3년간 재시(再試)를 겨우 면하는 성적이었지만 4학년 1학기에 과 수석을 차지하면서 수련의 시험에 무난히 합격했다. 공부에 재미를 느껴 치의대 졸업 후에도 3년간 수련의 과정을 거쳤다. "인턴, 레지던트 때 일과를 마치고 오후 11시 넘어서부터 공부를 했어요. 재밌으니까 할 수 있었죠. 동이 틀 때까지 의학저널 수십 개를 독파하고 월급의 반은 책을 사는 데 쓰면서도 즐거웠으니까요."

개원을 하고도 공부 욕심을 접지 않았다. 지난 2004년에는 1년간 치주학의 성지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교과서에서만 만나던 대가들이 눈앞에 나타났죠. 그중 한 분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강의를 하더군요." 질문과 답변을 끝없이 반복하는 수업은 그에게 깨달음을 줬다. "의사로서 치료 기술적인 측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리석은 생각이었어요.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닌 생각의 힘이었습니다."

그는 사고의 경계를 허물기로 했다. 이는 치의학과 한의학의 협력을 고안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지난 2010년 한방 치조골 강화제를 출시했고 최근에는 구내염이나 턱관절질환 치료에 좋은 한방 건강보조식품을 개발 중이다. "전국에 한의사 겸 치과의사가 6명인데 그중 2명이 저희 병원에서 개발을 도와주고 있어요. 제가 운이 좋은 편 맞다니까요."

◆봉사, 강의에 연구논문까지 "쉽지 않아요"

조 원장은 "봉사활동도 쉽지 않다"고 했다.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곤란한 일을 종종 겪는 탓이다. "어르신께 무상으로 틀니를 해드렸더니 착용감이 불편하다면서 빼놓고 가시는 일도 있어요. 틀니를 하기 위해 상한 이를 뺐더니 '왜 뺐느냐'라며 역정을 내시기도 하고…. 그때는 너무 속상했죠. 한 번은 무료 지원이 안 되는 임플란트를 원가에 해드렸는데 아물지 않는다며 의료 소송을 하신 분도 있었어요."

그럼에도 봉사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평생 공부하고 봉사하며 살자"는 다짐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는 요즘도 매주 홀트대구종합사회복지관과 범물종합사회복지관을 오가며 봉사 활동을 한다. "진료 봉사를 다니려고 중국에서 이동식 치과 진료 장비까지 들여왔다니까요. 요즘은 병원 지점 식구들도 번갈아가며 돕고 있어요."

섬세한 시선으로 직원들을 돌아보는 것도 그의 일이다. "우리 치위생사들을 보면 손이 거칠어요. 20대 초반에 가장 예쁜 나이에 일하느라 손이 다 상한 거죠." 조 원장은 네일아트 매장과 협약을 맺고 직원들이 손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필라테스 등 운동이나 영어학원 등 취미 활동도 지원하고,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과 가족들은 해외여행도 지원한다. "치과 일이 워낙 힘든데 월급을 많이 줄 수 없는 형편이니 직원 복지에라도 신경을 써야죠. 사람이 제일 중요해요."

그는 경북대 치의대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거의 매주 세미나와 강의를 나가며 눈코 뜰 새 없이 지낸다. 졸업 후 전공 서적을 10권쯤 쓸 계획이었지만 2권을 쓰고는 잠정 중단했다. 내년에는 스스로 개발한 '치조골 이식 후 봉합법'에 대한 논문부터 끝낼 생각이다. "벌여놓은 일은 많은데 일은 자꾸 커지고…. 쉽지 않습니다. 허허."

♣조영준 원장

1969년 영천 출생. 대구고 졸업. 경북대 치의대 졸업. 경북대병원 전공의 수료. 맥치과병원 대표원장.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치주'임플란트코스 수료. 미국 임플란트학회 정회원. 대한 구강악안면임플란트학회 임상증례 자문의원. 대한치주과 인정의. 경북대 치의대 외래교수. 2014년 '행복나눔인상'(보건복지부장관상) 수상. 2016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2016년 제50회 납세자의 날 국세청장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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