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군용기가 오키나와(沖繩) 해상에 불시착해 미군 기지 이전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발끈하고 있다.
14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13일 오후 9시 30분께 오키나와현 나고(名護)시 동쪽 해상에서 미군의 수직 이착륙기 오스프리가 불시착해 타고 있던 5명 중 2명이 부상했다. 불시착 지점은 해안에서 불과 1㎞ 떨어진 곳으로, 기체는 여러 조각으로 부서지며 크게 파손됐다.
오스프리는 그동안 오키나와 주민들이 결함에 따른 사고 우려 등을 지적하며 철수를 촉구한 문제 기종이다.
이 기종은 2012~2013년 24기가 배치됐으나 오키나와 주민들은 배치 초기부터 반대 운동을 벌여 왔다. 2013년 1월에는 현 내 모든 기초자치단체가 서명해 배치 철회 요청 탄원서를 정부에 냈다. 이달 초에는 이 기종을 활용한 물자 수송 훈련이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주민들이 정부와 미군에 항의한 적도 있다.
실제로 이 기종은 배치 후 잇따라 크고 작은 사고를 냈었다. 2014년에는 비행 중 봉 모양의 부품이 떨어졌고 작년에는 알루미늄 부품이 기체에서 떨어져 나와 주민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사고 지점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한 남성은 "말도 안 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너무 위험해서 충격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마을 위로 날지 않았으면 좋겠다. 되도록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최근 미군 기지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오키나와현이 정부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소송에서 패소해 주민들의 불만이 큰 가운데 나온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만큼 미군 기지 이전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오스프리의 불시착 사고로 기지 반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일제히 높아지고 있다"며 "(불시착 사고가) 기지 이전과 관련된 정책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미국 측에 대해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을 통해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안전대책을 확보할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이날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유감의 뜻을 전달하고 오스프리의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비행을 금지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케네디 대사는 오스프리 비행을 일시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행 재개 시점 등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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