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병구의 서울생활 어떻습니까?] '열정의 CEO' 이태운 동부생명보험 대표

"'잘하고 있다' 생각한 적 없어…'더 좋은 방법 있을텐데' 고민"

▷1958년 강원도 삼척 출생 ▷경북대 행정학과 졸업 ▷동부화재 대구
▷1958년 강원도 삼척 출생 ▷경북대 행정학과 졸업 ▷동부화재 대구'경인사업본부장(상무) ▷동부화재 개인사업부문장'총괄 부사장 ▷동부생명보험 대표 사진'이성근 객원기자

입사 동기 100명과 함께 보험회사 수습사원으로 출발한 이태운(58) 동부생명보험 대표는 32년 만에 동종 그룹 회사 CEO에 올라 사상 최고의 실적을 냈다.

그의 삶과 경영철학은 '열정'과 '소통'이다. 그는 수습사원 시절 책을 복사하면서도 검은 줄 하나 생기지 않도록 하는 등 완벽하게 일처리를 했고, 자료조사를 위해 3일 밤낮을 지새우는 열정을 보이기도 하며 보험업계의 숱한 전설을 남겼다.

CEO에 오른 뒤에는 3년째 전 직원을 상대로 하루 5시간씩 특강을 통해 상호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청바지에 빨간 스웨터, 무선 핀마이크를 꽂고 보험인으로서 살아온 이야기, 에피소드, 앞으로 해야 할 일과 철학 등에 대해 소통한다. 중간중간 노래도 곁들인다. 대학 합창반 때부터 해온 작사'작곡과 노래 실력은 수준급이다. 음반도 선물용이지만 2개를 냈을 정도다.

1982년 입사 동기들의 '동기회가(歌)'와 딸 결혼식 축가를 직접 작사'작곡했다. 지난 9월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성악가와 함께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 공연을 하는 등 종종 가곡과 오페라 공연에도 참여한다. 시조시인으로 등단도 했다. 그의 글과 노래는 어릴 적 바닷가 생활에서 경험한 감성과 추억이 글귀와 선율로 옮겨진 것이다.

이 대표는 "특별한 재능이 있기보다는 무슨 일이든 간절한 마음으로 열정을 바치다 보니 조금씩 성과가 나고 실력이 쌓이더라"고 말했다.

이 대표로부터 보험사 CEO로 성장한 배경과 과정에 대해 들었다.

-국내 보험사는 어떻게 변화해왔나.

▶자동차보험은 1982년까지 독점이었다. 그때까지 공기업인 한국자동차보험(한국자보)만 있었다. 1983년 정부가 한국자보를 민영화해 민간자본으로 넘기면서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도 자동차보험을 취급하게 됐다. 동부그룹은 한국자보를 인수한 뒤 '동부화재'로 상호를 변경했다.

자동차보험의 독점이 풀리면서 장기보험도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보증보험도 독점에서 풀려나 서울보증보험 등 2개가 됐다.

-현재 보험업계의 환경은 어떠한가, 향후 위기와 기회는.

▶보험업계는 지금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1980년대 6~7% 고금리에서 보험금을 운용해오다 현재는 3% 미만인 초저금리 상태에서 운용하고 있다. 특히 30년 전 장기 확정금리 상품을 판 보험회사는 조만간 큰 어려움에 휩싸일 것이다. 게다가 2021년부터 신국제회계기준(IFRS)이 적용되면서 적립금 부담 등 회사 내 시스템을 확 바꿔야 할 상황이다.

국내 33개 보험업체는 보험판매에 따른 적립금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쌓아둬야 한다. 보험연구원은 신IFRS가 적용된 2021년부터 보험업체들의 적립금 부담금은 최고 42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10~15년 후 생명보험업계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생명의 상황은 어떠한가.

▶동부생명은 동부화재, 동부증권, 동부자산운용, 동부저축은행, 동부캐피탈 등과 동부금융그룹을 구성하고 있다. 동부생명은 1989년 미국 Aetna사와 합작으로 동부Aetna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27년 된 생명보험사로, 2001년 순수 국내보험사로 재출범했다.

동부생명은 25개 생명보험사 중 매출 순위 13번째 중간 규모로, 시장점유율은 2.5% 정도다. 동부생명은 특히 미국 회사와의 합작 시절 재무책임자가 30년 장기 확정금리 6~7%를 쓰는 것은 위험하다며 그 상품을 팔지 않았다. 또 소멸성 자동차보험 등을 취급해 상대적으로 부채비율이 낮다. 이 때문에 보험판매에 따른 적립금 부담도 적다.

-동부그룹 내 평사원으로 입사해 동부생명 사장까지 올랐다.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 성장의 동력은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일에 대해 지칠 줄 모르는 열정, 즉 헌신과 몰입을 하다 보면 성과를 창출한다. 직원들에게 특강을 할 때도 "내가 인물이 좋나, 머리가 좋나, 학벌이 좋나"라며 "그런데도 사장이 됐지 않느냐, 그것은 열정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나는 내가 아무것도 아닌, 별것 아닌 사람이란 걸 일찍 알았다. 그렇게 때문에 뭘 하더라도 제대로 하려고 했고, 하나를 하더라도 똑 소리 나게 하려고 했다. 예를 들면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복사를 하더라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책을 복사하면 한 줄은 시커멓게 나왔지만, 조도를 조절하고 시커먼 부분을 잘라내고 붙이고 해서 깔끔하게 만들었다.

3일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자료조사를 한 적도 있다. 무슨 일이든 남들보다 더 낫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했고, 무슨 일이든 확실하고 철저하게 했다. 남들에게 잘 보이거나 평가받으려 하기보다는 나 스스로 완벽하게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졌다. 또 그래야만 직성이 풀렸다.

-CEO로서 어떤 리더십이 바람직하다고 보나.

▶세종대왕의 리더십을 최고의 모범이라고 보고 이를 본받으려 노력한다. 세종대왕은 자기 아버지뻘 되는 대신들을 압도할 만한 지식을 가진 것은 물론 인재 등용과 용인술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세종대왕의 일과를 기록한 문서를 보면 다른 임금과 달리 숱한 잠행 기록이 있다. 1주일에 두 번씩 잠행을 나가 주막에서 백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나가는 나그네라며 하룻밤 재워달라고 해 민가에서 묵으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고민이 무엇인지' 등을 들었다. 어느 동네에는 가뭄이 들어 나무껍질을 먹고, 어느 동네는 전염병이 돌아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는 등등. 술집에 가서는 '어느 대신이 실세이고, 누구를 통해야 관직을 얻을 수 있고, 누구는 무슨 뇌물을 주고 어떤 벼슬을 얻었는지' 등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신들은 "우리 주상 전하는 어디까지 알 수 있을까"라며 두려워했다고 한다.

세종대왕은 또 장영실처럼 신분과 상관없이 인재를 등용하고, 등용한 인재들이 목숨 걸고 일을 하게끔 하는 용인술도 구사했다. 이 같은 용인술을 두고 나는 '자발적 과로사'라고 부르고 싶다. CEO의 최고 용인술이자 리더십이다. 소통 능력을 발휘해 아랫사람이 자발적으로 과로사(?)할 만큼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리더십을 최고의 리더십으로 꼽는다.

-경영자로서의 고민은 무엇인가.

▶사람은 대다수 제 잘난 맛에 살고, 어떤 일이든 '이 정도면 됐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다. 항상 '이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 텐데' '몰라서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사장이 된 뒤에도 나를 믿지 않는다. 분명히 회사의 의사결정이나 최종 결정 과정에서 내가 몰라서 못하는 게 있을 것이고, 이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찾지 못해 회사 전체의 잘못된 판단이나 어리석은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닌지 늘 조심스럽다. 그래서 더 공부하려고 애를 쓰고, 더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더 좋은 의견을 모으려고 노력한다.

사람은 대다수 '이만하면 됐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추락하는 것을 봐왔다. 더 나은 방법, 또 다른 방법을 끊임없이 찾으려고 연구하고 고민하는 사람은 성장한다. 그런 사람들이 많이 모인 집단이 성공하는 조직이다. 포만감을 가진 집단일수록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뭔가를 새롭게 추구하다 보니 직원들이 이를 이해해주고, 공감하다 보니 성과도 따라왔다.

-사장에 취임한 뒤 어떤 성과와 실적을 냈나.

▶2014년 8월 동부생명으로 와서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냈다. 연속으로 상당한 흑자를 냈는데 2015년에는 사상 최고의 실적은 물론 최대 이익, 최다 신기록을 세웠다. 또 올해 상반기는 2015년 기록을 다 갈아치웠다. 생명보험사 자체로 부문별 기네스 기록이 있는데, 지난해에는 61개였는데 올해 11월까지만 64개로 역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탁월한 성과의 비결이나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공감과 소통의 리더십이라고 본다. 직원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끌어모아 한 방향으로 집중시키니 그 힘이 크게 작용했다. 1년에 한 번씩 전 직원이 7차례로 나눠 사장과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여기서 사장이 살아온 이야기, 회사 내 에피소드,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사장과 직원들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느냐, 왜 이렇게 가야 하느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놀라운 성과가 나타났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