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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동물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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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볼 때 계란만큼은 꼼꼼하게 따지는 편이다. 특란 한 판은 아예 목록에 없다. 10개 묶음의 계란 중 '동물 복지' '무항생제' 인증이 붙은 계란을 고집한다. 보통 계란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다. 하지만 계란이 내 손에 쥐어지기까지 생산 배경을 생각하면 눈 질끈 감고 장바구니에 넣는 게 습관이 됐다.

고기처럼 특별한 먹을거리는 주머니 사정 때문에 따져볼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런 부담에서 계란은 자유롭다. 제대로 된 것을 선택할 수 있으니 호사라면 호사다. 실제 동물 복지나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종종 그런 의심이 들기도 한다. 어떻든 불리한 생산 여건에도 소신껏 닭을 키우는 농부를 떠올리고 스스로 '옳은 선택'이라며 위로한다.

이런 고정관념은 오래전 경북 영주의 한 오골계 농장에서 비롯됐다. 산비탈에 위치한 이 농장은 수천 마리의 오골계를 풀어놓고 키웠다. 동물 복지라는 개념조차 없던 때다. 산란 닭과는 처지가 다르지만 1960, 70년대 집집마다 몇 마리씩 닭을 키우던 방식 그대로였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건강한 닭에서 형편없는 계란이 나올 수 없다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요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커졌다. 3천만 마리가 넘는 닭'오리'메추리가 도살처분됐다. 계란 대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2006년 이후 다섯 번째 AI 폭격을 맞은 농가는 거의 거덜이 날 처지다. 이 와중에 친환경 농장 피해는 1곳뿐이라는 신문 보도가 났다. 옴짝달싹 못하는 공간에 갇혀 알을 낳는 공장형 사육 닭이 아니라 마음껏 뛰어다니며 습성대로 자란 닭의 건강성, 동물 복지의 위력을 확인한 순간이다.

그동안 우리는 결과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정작 중요한 과정에 대해서는 외면했다. 농수축산물도 마찬가지다. 부실한 생산'유통 과정에 대해 분노만 했지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무분별한 농약과 항생제, 열악한 사육 환경에는 눈도 돌리지 않았다. AI는 이런 사람에게 자연이 던진 회초리다. AI가 발생할 때마다 수천억원의 피해 보상금을 지출한다. 모두 세금이다. 이번 피해는 1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인에게 '웰빙'이 화두이지만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닭이나 소, 돼지는 그렇지 않다. 인간을 굶주림에서 해방시키는 가축의 웰빙, 동물 복지를 무시하고 인간 웰빙이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그런 웰빙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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