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의 두뇌사고와 학습정보처리 검사를 하고 면담을 하다 한 어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 됐다. 아이가 게임에 빠져 공부는 물론 다른 일에는 관심도 없고, 컴퓨터나 휴대폰 접근을 막으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흥분해서 물건을 집어던지면서 마구 화를 낸다는 것이다. 심지어 학원에 간 줄 알았는데, 학원 측에서 오지 않았다고 연락이 와서 찾아보면 PC방에서 정신없이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지켜보니 너무 속상하고 걱정되어 오히려 어머니의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착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던 이 아이의 뇌에 무슨 일이 생겨 이렇게 변하게 되었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착하고, 그것을 못하면 분노하거나 다른 일을 하지 않으려는 현상을 '중독'이라고 부른다. 두뇌 기전을 살펴보면 기저핵에 정상적인 보상 신경 회로가 있어 힘든 것을 참고 지속적으로 일해 무엇인가 완성했을 때 그 보상으로 만족감을 느끼도록 신경이 활성화되는데, 이때 만족감이 바로 '도파민'이란 신경전달 물질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운동선수가 전력으로 결승선에 도착하는 순간 느낌, 힘든 위험을 극복하고 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 희열, 열심히 공부한 뒤 시험이 끝났을 때 기쁨 등이 바로 도파민의 영향이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도파민의 활성도가 부족한 경우, 꾸준히 노력해서 얻는 만족보다 금방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자극적인 일에 집착하게 된다. ADHD를 가진 학생이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큰 이유도 전두엽의 도파민의 활성도가 낮은 것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형태의 중독으로 대인관계보다 인터넷을 통한 가상 인간관계에 매달리는 경우가 있다. 수줍음이나 창피감, 모욕감을 지나치게 느끼고 대인관계에서 피해 의식을 잘 느끼거나 남이 자신에게 한 실수를 오래 간직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이러한 경우 두뇌의 '대상회'라는 부위가 주로 관여하는데, 그 역할은 상황에 맞게 생각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잘 발달되어 있는 경우는 사고가 유연하고 변화에 잘 적응하며 너그러우나 그렇지 못한 경우엔 과거의 상처에 집착하고 상대의 잘못을 쉽게 용서하지 못하게 된다.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참지 못한다 ▷자극적이고 흥미 있는 일에만 집착한다 ▷지루한 것을 못 견디고, 싫어한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금방 보상받기를 좋아한다 ▷행동의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등에 해당되는 경우는 중독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소아, 청소년들이 흔히 빠질 가능성이 높은 중독 분야는 PC 게임, 인터넷 채팅, 친구 중독, 모바일 중독 등이 대표적이다. 일단 중독에 빠지게 되면 정상적인 각성을 필요로 하는 학습에는 관심이 없어지고 자극적인 일에만 추구하게 된다. 평상시에는 늘 피로하고, 동기부여가 되지 않거나 저각성 상태가 되기 때문에 학습에는 관심이 없어지게 되고 두뇌는 점점 비정상적인 생리 상태로 고착되어 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독은 조기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위에서 제시한 중독 가능성이 큰 성향의 아이라면, 일찍부터 아이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지 말고,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원칙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방치된 채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환경을 줄여주고, 자연적인 환경에서 정상적인 활동을 통한 일에 흥미를 가지게 유도해야 한다.
청소년기에는 지속적으로 성적이 내려갈 때 특히 위험하다. 두뇌의 특정 부위의 지나친 활성화나 기능 감퇴 때문에 생긴 중독은 정상적인 각성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두뇌 훈련 방법이 도움된다. 중독은 한 개인의 인생을 망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므로 특히 조기에 찾아내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고, 이미 중독이 되었다면 강제로 못하게 하기보다는 시간을 서서히 제한하고 자연스럽게 정상적인 활동을 통한 일에 흥미와 열정을 가지도록 부모님께서 유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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