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글로벌 취·창업서 미래를 찾다] ④싱가포르 취업 선택한 청년들

亞 금융허브에 다국적 기업까지…"국적 안 따져요"

박규정 씨
박규정 씨
정은옥 씨
정은옥 씨
남택준·서보람 씨
남택준·서보람 씨

면적이 서울의 약 1·2배에 불과한 작은 나라인 싱가포르는 외국인 인력 유입에 관대한 정책이 많아 우리나라 청년 취업이 무궁무진하게 열려 있는 나라다.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200여 개 글로벌 금융기관이 진출해 있으며, 글로벌'다국적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한국인 채용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에 진출해 삶의 터전을 잡고 청춘의 꿈을 펼쳐가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을 살펴봤다.

◆해외 취업, 겁먹지 말고 도전하라

계명문화대 호텔항공외식관광학부를 졸업한 박규정(26) 씨는 싱가포르 중심가 '오차드'(Orchard)에 있는 유명 잡화매장 '찰스 앤드 키스'(Charles & Keith)에서 3년째 일하고 있다. 대학 시절부터 해외 경험이 많아 자연스레 해외 취업에 관심을 가졌고, 필리핀 어학연수와 호주 워킹홀리데이 경험도 쌓았다. 외국회사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반해 해외 취업을 목표로 삼은 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해외 취업 프로그램인 'k-move'에 참가, 2015년 10월 싱가포르에 오게 됐다.

영어는 따로 준비가 필요 없는 수준이었다는 박 씨는 해외 취업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에게 겁먹지 말고 일단 도전부터 하라고 조언했다. 외국어가 부족하다면 아는 만큼 이야기를 시작하면 되고, '나중'에는 절대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했다. 박 씨는 "해외에서 일하는 경험은 젊은 시절 시작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어 못하는데' '방법을 모르는데'라면서 주저하면 거기서 끝"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싱가포르 직장 생활을 위해 영어와 중국어 실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싱가포르 영어는 현지인 특유의 영어인 '싱글리시'를 사용하기 때문에 현지에서 영어 실력을 향상시켜야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지역은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만큼 중국어를 한다면 취업에 더없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해외에서 일한다는 겉모습에 반해 해외 취업을 결정하면 현지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박 씨는 "해외에서는 집 구하는 일부터 일거수일투족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만큼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많다"며 "막연한 기대 대신 하고 싶은 일, 몇 년간 자신의 계획 등을 충분히 고민해 본 뒤 결정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해외 취업, 능동적인 태도가 필수

'오차드'에 있는 여성 의류 매장 '애클래티시즘'(Eclecticism)에서 근무하는 정은욱(23) 씨는 싱가포르 생활이 이제 만 1년이 됐다. 하지만 해외 취업은 영남이공대 패션코디디자인과에 입학하기 전부터 꿈꿔왔다. 부모님 등으로부터 이 학과가 해외 취업 특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점을 설명 들어 잘 알고 있었던 덕분이다.

정 씨는 대학 시절, 학교가 제공하는 외국어 수업과 해외 취업을 위한 학과 간 모임에 꾸준히 참여했다. 그 결과 졸업 무렵 학교'현지 에이전트 등이 연계한 싱가포르 취업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언어 장벽으로 힘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정 씨는 "싱가포르로 건너올 당시 영어에는 큰 문제가 없어 자신감에 차 있었는데 싱가포르에는 중국인 손님이 많아 중국어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중국인 손님이 많았던 첫 직장에서는 한 달 만에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정 씨는 이후 다시 구직 활동에 나섰고, 지금 일하는 매장에서 일할 기회를 잡았다. 첫 직장에서 중국어의 중요성을 깨달은 터라 밤낮으로 중국어 공부에 매진, 지금은 영어와 중국어 모두 능숙하게 구사한다. 정 씨는 "싱가포르 취업에서 최소한의 기본은 영어와 중국어 실력"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인이라고 회사가 봐주는 것은 없으며, 적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외국어로 표현할 수 있는 실력이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하고 싶은 일을 주도적으로 알아보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씨는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일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해도 에이전트가 주는 소식을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으면 안 된다"며 "자신이 '어떤 분야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의견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해외 생활이 부부의 목표 재설정하는 계기

영남대 기계공학과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남택준(34)'서보람(32) 씨는 싱가포르에 보금자리를 튼 신혼부부다. 대학생 때 연애를 시작했고 싱가포르 생활은 각각 5년 차,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대학 시절 해외 취업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남 씨 부부는 2013년 10월 아내 서 씨가 먼저 싱가포르 항공사에 승무원으로 취업하면서 외국 생활에 눈을 돌리게 됐다. 아내가 승무원으로 취업할 당시 남 씨는 국내 굴지 제조업체에서 일했지만, 엄격한 조직문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휴가차 몇 차례 싱가포르에 들렀다 동서양 문화가 어우러진 이곳 모습에 반해 해외 취업을 결심했다. 남 씨는 현재 전기'열에너지 기술 분야의 세계적 기업인 후지 일렉트릭(Fuji Electric)에서 근무한다.

이들 부부는 싱가포르 직장 생활의 장점으로 여유로운 근무 환경을 꼽았다. 서 씨는 "연차, 병가를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며 "하루는 남편이 한국에서처럼 사무실에서 밤을 꼬박 새워 일을 했는데 다음 날 출근한 상사가 '네 건강을 먼저 챙겨라'며 바로 집으로 돌려보낸 일도 있었다"고 했다. 남 씨는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 없이 대하는 분위기도 싱가포르의 장점"이라며 "싱가포르는 세계 각국에서 온 근로자들이 무척 많아 외국인이라서 차별받는 경우가 드물다"고 했다.

부부는 특히 안정된 직장 생활, 여유로운 근무 환경이 부부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서 씨는 "직장 생활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만큼 커리어, 은퇴 후 할 일 등 인생의 목표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많다"며 "한국에만 있었다면 잦은 야근, 내 집 마련 걱정에 이 같은 생각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씨가 싱가포르의 한 대학교 중의학과 1학년에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 씨 역시 직무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깊은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갖게 됐다. 다양한 현장 경험을 통해 자신의 분야에서만큼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인정받는 인재가 되고 싶다는 게 이들 부부의 새로운 인생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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