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현안에 대한 대구경북민들의 설 연휴 민심은 싸늘했다. 일자리 창출, 기업 유치 등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선 큰 관심을 뒀지만 개헌이나 대통령제 권력구조 개편, 투표권 하향 등의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선 보수적인 성향을 유지하면서도 '잘 모름'과 같은 응답 비율이 높았다. 혼란한 탄핵 정국이 오히려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게 만드는 '마취적 역기능'을 불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먹고사는 게 우선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탄핵 정국의 혼란 속에서도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대구경북 우선 현안'에 대해 물었더니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일자리 문제와 관련한 질의에 우선순위를 뒀다. ▷사드 배치 ▷대구공항 경북지역 이전 ▷대구취수원 이전 ▷기업 유치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기타 현안, 잘 모름 등 7개 항목으로 진행된 이번 물음에서 응답자 중 38.3%가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뒤이어 기업 유치 18.3%, 대구공항 경북지역 이전에 대한 응답이 13.1%로 집계됐다. 사드 배치와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이 나란히 8.9%를 차지했다. 기타 현안, 잘 모름이란 답변은 8.8%였다.
1위를 기록한 일자리 창출 응답은 연령과 성별을 막론하고 가장 큰 우선 현안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문제는 19세에서 60대 이상 전 연령층에서 33.9~45.7%까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다. 특히 30대에서 45.7%를 기록,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가 응답에 투영된 것으로 읽힌다. 일자리 창출과 직접 연관이 있는 기업 유치에 대해서는 30대에선 30.5%로 집계, 연령대별 같은 질문에서 응답률 1위를 차지했다.
일자리창출에 대한 경북의 동부연안권 응답도 주목할 만했다. 이 지역에선 52.9% 응답률을 보여 경북 평균(39.8%)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 등 최근 포스코 경기 침체의 현주소가 응답에 영향을 준 것으로 읽힌다. 반면 이 지역에선 기업 유치 응답이 7.8%로 대구(21.7%)와 경북(15.2%)보다 한참 낮아 대기업인 포스코와 대기업에 버금가는 포스코 계열사들이 다수 포진해 상대적으로 기업 유치에 대한 갈망은 적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자리 창출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 남성은 33.6%, 여성은 43.0%로 조사됐다.
◆박 대통령 탄핵 찬반 갈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묻는 질문에서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팽팽히 갈렸다. 조만간 있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서 '탄핵해야 한다'는 응답은 48.8%로 집계됐다. '하면 안 된다'도 47.0%나 됐다. 잘 모른다는 응답은 4.2%였다.
대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시민들은 탄핵 찬성에 51.2%가 동의했고, 반대 견해는 45.0%로 집계됐다.
경북의 경우 같은 물음에 46.6%가 탄핵을 찬성해 반대 48.8%에는 못 미쳤다. 경북은 대구와 달리 현역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이 단 한 명도 새누리당을 탈당하지 않은 상황과 탄핵 찬반 의견 여론이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 의견에 대해 성별은 정반대의 결과를 도출했다. 남성은 절반이 넘는 51.4%가 탄핵 인용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고, 여성은 52.7%가 탄핵에 동의했다.
연령별로는 나이가 적을수록 탄핵에 대한 찬성 응답이 높았다. 19세 포함 20대 연령대는 55.3%가 탄핵에 찬성했으나 60대 이상은 60.8%가 탄핵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보였다.
지지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의 95.9%가 탄핵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 지지자는 88.6%가 탄핵에 반대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지지자들의 탄핵 찬성 의사는 각각 56.6%, 72.4%를 기록했다. 정의당 지지자들은 88.0%가 탄핵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개헌, 반드시 필요
개헌 시기를 묻는 질문에서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47.1%가 '올해 대통령선거 이전'으로 답했다. '다음 대통령 임기 중'이란 응답도 38.7%나 됐다. '개헌이 필요 없다', '잘 모름'이란 답변은 각각 7.4%, 6.8%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의 52.7%가 올해 대통령 선거 이전을 개헌 시기로 꼽았고 다음 대통령 임기 중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6.4%로 차이를 보였다. 여성은 41.6%가 대통령선거 이전, 40.9%가 다음 대통령 임기 중이라고 답했다. 개헌이 필요 없다는 응답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7.3%, 7.5%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응답자 중 13.2%가 개헌이 필요 없다고 밝혔으며, 잘 모름은 14.0%나 됐다. 이 수치는 장수벨트로 통하는 경북 북부권의 응답률(개헌이 필요 없다 13.8%, 잘 모름 4.6%)과 일치하고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가장 선호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개헌 시, 선호하는 권력구조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가장 많이 꼽았다.
'현행 5년 단임제 대통령제를 바꾼다면 어떤 방식이 좋겠느냐'는 질문에서 응답자 중 45.7%가 4년 중임제를 선택했다. 이어 이원집정부제를 꼽은 응답자가 32.0%, 의원내각제는 8.6%로 집계됐다. 잘 모름이란 응답은 13.6%였다. 시도별, 성별, 연령별로도 같은 응답 순을 보였다.
대구 시민들은 48.0%가 4년 중임제를 가장 선호하는 권력구조로 선택했고, 경북 도민 역시 43.7%가 같은 대통령제를 꼽았다. 남성과 여성도 4년 중임제→이원집정부제→의원내각제 순서로 응답했다. 남성은 57.5%가 4년 중임제, 30.3%가 이원집정부제, 5.2%가 의원내각제에 호감을 표했다. 여성도 같은 선호 흐름을 따르고 있으나 4년 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를 선택한 응답자가 각각 34.2%, 33.7%로 엇비슷하게 집계됐다. 하지만 같은 물음에서 '잘 모름' 여성 응답자의 비율은 20.2%로, 남성 7.0%보다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만 18세 투표권 행사
만 18세 투표권 행사에 대해선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만 18세로 투표 연령을 낮추는 것에 대한 찬반 의견 물음에서 반대 의견이 65.5%로, 찬성 32.0%보다 2배가량 높았다.
시'도별로는 대구에서 63.5%, 경북에선 67.2%가 반대 견해를 밝혔다. 투표권 하향에 대한 견해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부정적이었다. 남성의 경우 69.2%가 반대해 내 여성 61.8%보다 다소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연령별로는 20~40대가 57.0~59.9%의 비슷한 비율로 반대했지만, 50대를 넘어서면서 70.2%, 60대 이상에서 75.2%로 급격히 높아졌다.
지지 정당에 따라서는 극명하게 찬반의견이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의 82.6%는 18세 투표권을 찬성했지만,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92.2%가 반대했다. 바른정당 지지자들은 찬성과 반대가 각각 26.3%, 73.7%를 기록했고, 국민의당은 61.0%, 35.2%로 집계됐다. 정의당 지지자들은 72.4%가 찬성했고, 27.6%가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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