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준비된 기업에 불황은 없다

마쓰시타 고노스케(1894~1989)는 '경영의 신(神)'으로 추앙받는 일본의 기업인이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난하게 자란 그는 자전거 점포에서 사환으로 일하다가 1910년 오사카전등회사에 취직했다. 이후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창업한 그는 승승장구하며 가전제품 회사인 마쓰시타전기산업을 설립하게 된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서민층에 보급하며 일본의 전자산업을 선도하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가 '내쇼날'이고 '파나소닉'이다. 그가 지금도 존경받는 이유가 단순히 부자이기 때문은 아니다. 1930년대 세계적인 불황에 많은 기업이 직원들을 해고했지만, 그는 한 명도 감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노사의 신뢰 속에 위기를 극복하면, 그 조직은 더욱 단단해진다. 윤리 경영의 좋은 사례다.

마쓰시타가 남긴 말과 사상은 여전히 빛난다. 불황기일수록 더욱 존재감을 발한다. '호황이면 좋다. 불황이면 더욱 좋다'는 그의 말이 딱 그렇다. 그는 평소 어려움이 닥치기 전에 준비할 것을 강조했다. 이뿐이 아니다. '변화에 순응하되 변하지 않는 것을 소중히 간직하고 지켜라'처럼 그가 남긴 말에는 기업 경영을 넘어 삶을 관통하는 통찰력이 담겨 있다.

2017년, 곳곳에서 비관적인 경제 전망이 들려온다. IMF 외환 위기, 2008년 국제 금융 위기 때보다 어렵다고 한다. 나라 밖으로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의 거센 바람, 중국의 경기 둔화와 사드 보복 조치, 나라 안으로는 1천3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와 극심한 내수 침체, 부동산 경기 침체, 정국 혼란까지. '경제 악재 종합세트'를 보는 것 같다.

통계로 보는 국내 경기는 더 어둡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수출은 403억달러, 수입은 371억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11.2%, 18.6% 늘었다. 하지만, 수출 물량은 5.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유가 상승에 따른 수출 가격 인상이 불러온 착시효과다. 소비 위축이 이어져서 경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제조업 부진도 심각하다. 지난해 연간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4%로 1998년 이후 최저대로 떨어졌다.

불황은 작은 기업에 더 혹독한 법이다. 대구경북 같은 지방도시는 더욱 말할 것도 없다. 주력 산업이 쇠퇴하고, 청년 실업과 유출이 심각한 우리 지역의 사정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가 최근 대구경북 중소제조 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월 지역 중소제조업 경기전망 조사' 결과는 전달보다 더 어둡다.

하지만, 이런 불황의 늪에서도 승승장구하는 기업들이 분명히 있다.

석문전기㈜는 작년 2월 대구 혁신도시로 이전한 기업이다. 원래 현대중공업에 선박용 발전기 동체를 납품하던 업체다. 이곳은 작년 6월 방산업체로 지정되면서 군수 차량용 발전기 및 전원 체계 물자를 납품하게 됐다. 그 덕분에 지난 한 해에만 무려 120여 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직원 수가 80명에서 200명으로 늘었다. 연 매출도 훌쩍 뛰었음은 물론이다.

씨아이에스㈜는 2002년 대구에서 설립된 2차전지 생산설비 전문 제조기업이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호재를 맞았다. 2015년 144억원이던 연 매출이 작년 들어 3분기에 4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달에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고, 올해는 생산시설도 증설할 계획이다.

이런 불황에 어떤 기업은 성장하고 어떤 기업은 주저앉나. 새해 인터뷰한 삼보모터스 이재하 회장의 말이 떠오른다. 대구의 중견 자동차부품 업체인 삼보모터스는 지난해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기술을 개발하며 불황 속에서도 전년보다 15% 늘어난 3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제가 38년 경영하는 동안 한 번도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1차 협력 업체는 물론 2, 3차 업체들도 R&D(연구개발)를 확대해 경쟁력을 쌓아야 합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지 맙시다. 역경은 성공으로 가는 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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