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는 친환경 건축 강국
건축가의 비현실적 무모한 제안
시민 모두가 호응 도시재생 성공
가치 창출은 기업가만의 몫 아냐
최근 방문했던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은 참 인상적인 도시였다. 신성로마제국 수도로서 유럽의 중심이었던 빈은 화려한 궁전, 성당을 포함한 중세 건축물뿐만 아니라 당대의 대표적인 음악가, 미술가, 철학자, 과학자들의 업적을 골고루 물려받은 보석 같은 도시다. 그러나 며칠간 빈 시를 돌아보면서 1인당 4만9천480달러 소득(2015년)에 높은 수준의 복지를 실현하는 경제 강국 오스트리아는 그냥 조상 덕에 누리는 위상이 아님을 확실히 알 수 있었고, 오히려 새로운 유산을 만들어 가는 그들의 열정과 지혜에 숙연히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색채의 마술사' 또는 '건축물 치료사'라고 불리며 국민의 존경을 받는 화가이자 건축가, 환경운동가인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는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자신의 작품과 삶에 충실히 실천해 나갔다. 그의 대표작인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는 1985년 완공되어 52가구가 거주하는 빈의 시영 임대아파트다. 당시 낡고 볼품없던 아파트를 이상적인 주거건물로 지어보자는 빈 시 당국의 제안에 호응하여 재능기부로 진행한 이 프로젝트에서 그는 직선을 배제한 울퉁불퉁한 바닥과 복도, 모양이 모두 다른 창문, 작은 단위로 잘라 서로 다른 색과 질감으로 마감한 벽, 다양한 형태의 기둥과 돔, 250여 그루의 식물을 심은 옥상정원과 화단으로 동화 속의 집 같은 아파트를 만들어 냈다. 그런 집에 누가 살겠느냐는 혹평에 굴하지 않고 완성된 그 아파트 준공식에 7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려들었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한 번 입주하면 떠나지 않는 가장 인기 있는 주택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매년 수많은 공무원들과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빈의 명소가 된 것이다.
그의 창의력과 환경을 중시하는 철학이 놀라운 가치를 창출한 또 다른 사례로 빈의 '슈피텔라우 소각장'을 들 수 있다. 환경운동가였던 그가 환경파괴시설이었던 쓰레기 소각장을 없애기보다는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학습과 놀이의 장으로 재탄생시킨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새로운 개념과 첨단 기술을 적용하여 이 혐오시설을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면서 빈의 6만여 가구에 난방을 공급하는 친환경시설로 탈바꿈시켰고, 건물 자체도 그의 철학을 반영한 독특하고 아름다운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매년 수많은 정부기관, 환경단체에서 이 소각장을 탐방하고 있다.
자칫하면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라 평범한 아파트로 재건축되거나 시민들의 표를 의식하여 철거될 대상에 불과했던 두 건물을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는 빈의 명소로 만든 데에는 훈데르트바서라는 천재 건축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단순한 경제논리나 정치적 판단을 멀리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당대의 작품으로 만들자는 기획을 하고, 당시 정규 건축 교육을 받지 않은 건축가의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무모한 제안을 받아들인 빈의 공무원과 지도자들 그리고 그에 호응해 준 시민들이 진정한 가치 창조자가 아닐까? 현대적인 에너지 공급망이 갖춰지기 전까지 빈의 가스 공급창이었던 가소메터를 허물지 않고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으로 탈바꿈시킨 또 다른 도시재생 사례를 보면서 전통을 보존하되 혁신을 덧입혀 미래가치를 만드는 도전의식이 이들에게는 살아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창조적인 친환경 건축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20년 이상 추진했고, 그 결과 오스트리아는 에너지 소비를 80% 이상 줄이는 패시브 하우스를 가장 많이 가진 '친환경 건축 강국'이 되어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이제 가치 창출은 기업가들만의 임무가 아니고 정치가, 공무원, 그리고 우리 각자에게도 부가된 사명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나의 사명과 내가 만들어 갈 가치는 무엇인가"를 정확히 인식할 때 열린 마음으로 창의적인 도전을 하게 된다. 전통의 밭에 창의적인 도전의 씨앗을 착실히 뿌리고 이를 잘 길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지혜와 솔선수범을 우리의 DNA로 만들자. 바로 이 DNA야말로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가장 가치 있는 유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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