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통신] 정치와 색깔

동대구역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동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던 당시 한나라당 주성영 국회의원 사무실 간판을 한 번쯤은 봤을 법하다.

눈썰미가 있는 사람들은 간판 색깔에 궁금증을 가졌다. 당 색채인 빨간색이 아닌 녹색이었기 때문이다. '자민련이냐'는 의혹을 생산하면서까지 주 전 의원이 녹색을 주장한 이유는 뭘까.

"차를 타고 도로를 지나가다 보면 표지판이 모두 녹색으로 돼 있다. 주'야간을 불문하고 가장 시인성이 좋은 게 녹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녹색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그의 대답이다.

이렇듯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들은 색깔에 민감하다.

색채학자인 프랭크 만케는 "색깔마다 고유의 심리적 효과를 유발함으로써 색을 보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고 했다.

최근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개명했으나 당 색채를 바꾸지 않았다. 여전히 빨간색과 흰색이다. 태극기에서 따왔다고 한다. 빨간색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크다. 황제'주교 등 고위 권력자의 의복이 빨간색이었으나, 프랑스 대혁명 과정 중에는 서민들이 빨간 옷을 입고 자유를 위해 투쟁했다. 고대의 빨간색은 정복'힘'통치의 의미에서, 최근엔 혁명'열정'변화를 상징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란색과 푸른색을 사용했다. 노무현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이 노란색을 사용했으며 최근 녹색이 첨가됐다.

노란색은 태양을 상징한다. 태양과 황금을 상징하는 색이어서 따뜻함과 고귀함을 나타낸다.

색채학자 파브르는 "자유로운 인간관계에서 행복한 발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노란색을 선호한다. 노랑은 희망을 품은 색"이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야 정당의 색깔이 어느 새부터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때부터 노란색을 지켜오던 민주당이 첨가한 파란색은 한나라당이 여당 시절 사용한 색채였다.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은 좌파와 소위 '빨갱이'를 연상케 하는 붉은색을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정치가 이제는 이념에서 탈피해 경제문제 등 실용적인 면으로 귀착하려는 현상이라고 좋은 쪽으로 해석해 본다.

정당들이 색깔을 선택하는 문제는 자유다. 다만 자꾸 바꾸면서 아전인수식 해석이 난무하는 게 조금 불편하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크고 내년엔 지방선거가 있는데, 여기에서 패배한 정당들의 색깔 바꾸기가 예상된다. 갖가지 색깔로 현혹하기보다는 실속 있는 정치를 통해 국민들 마음속에 다가가는 시대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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