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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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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던 이유는 이른바 '사이다 발언'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지금 상황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말로 제대로 풀어내지 못해 답답해하던 사람들을 대신해서 이 시장은 아주 직설적이고 통쾌하게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사이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은 드라마에서 악당이나 밉상인 인물에게 시원하게 응징하는 장면이 나올 때도 "완전 사이다다."라고 말한다. 이런 것을 보면 국어사전 '사이다'라는 항목에 '답답한 상황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말이나 사람, 상황'이라는 의미를 추가해야 할 듯하다.

사이다는 설탕(구연산)물에 흔히 소다라고 불리는 탄산나트륨이나 탄산수소나트륨을 넣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달콤하면서 시원한 느낌을 준다.(탄산나트륨은 음식을 부드럽게 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맛집들의 비법 소스의 정체가 사이다인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소화제로 사용되기도 했었기 때문에 '사이다'의 비유는 경험적, 과학적으로도 잘 성립된다. 그리고 'ㅅ'과 양성 모음 'ㅏ'가 연결된 말이 주는 느낌도 상황과 잘 맞기 때문에 '사이다'라는 말의 새로운 의미는 정착될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일전에 술자리에서 한 친구가 '사이다'가 우리말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이다는 미국에서 소다(soda)로 불리고, 사이다와 제일 비슷한 말인 cider(사이더)는 사과즙을 발효시킨 술을 말한다는 것이 발단이었다. 탄산음료 중 우리가 알고 있는 사이다와 가장 비슷한 형태인 코카콜라사의 스프라이트는 말표 사이다(대구경북의 50, 60대들은 '소풍'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연상하는 명사다.)보다 훨씬 뒤에 만들어진 것이니까 원래 우리말이 아니었냐고 나에게 물었다. 내가 아무리 넓고 얕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런 것까지 알 수는 없는지라 같이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보니 탄산음료의 역사는 18세기 화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영국의 프리스틀리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프리스틀리가 만든 탄산수에 여러 재료를 넣어 개량하는 과정에서 콜라, 환타와 같은 제품들이 만들어졌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가장 비슷한 제품은 일본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이 잘못 알아서 사이다라고 한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어원을 찾을 필요는 없었고, 이미 우리말화해서 풍부한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을 일본의 잔재라고 볼 필요는 없다고 결론을 맺었다.

그런데 '사이다'에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을 때 '사이다'는 누군가에게는 통렬한 고통이 된다. 그리고 잘못된 것을 비판하고, 허물어뜨리는 데는 모두의 생각이 같아 '사이다'가 될 수 있지만, 새롭게 재건하는 데는 각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사이다'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고 보면 진짜로 지혜와 힘이 필요한 때는 '사이다' 이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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