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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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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무엇이라고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의 심리적'신체적 반응에 대한 설명은 있지만 정작 스트레스를 한마디로 정의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간이 심리적 또는 신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느끼는 불안과 위협의 감정'이라는 정의는 그나마 상당히 근접해 보인다. 심리적 위기는 고독, 이혼, 사별 등이 있겠고 신체적 위기는 질병과 사고 등이 있겠다. 그런데 이런 위기 상황들은 사실 살아가면서 자주 맞닥뜨리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예외인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큰 사고나 탈 없이 그저 그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늘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왜 그럴까? 스트레스에 관한 정의 중에서 필자에게 가장 와 닿았던 내용은 바로 이것이었다. '자신이 평소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기준과 반대되는 상황이 지속될 때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 다시 말해서 똑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자신의 합리적 기준과 다르지 않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드물기는 하지만 공부가 재밌는 학생은 자정까지 책상머리에 앉아 있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성취감에 매료된 사람은 야근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녀의 성적, 배우자의 월급, 직장 상사의 잔소리도 기준이 다르면 전혀 스트레스가 아닐 수도 있다.

요즘 우리 국민들의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 즉 국민들이 갖고 있는 보편타당한 합리적 기준과는 반대되는 상황들이 매우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하려고 한다. 평소 얌전하기 그지없어 보이던 사람이 뉴스를 보다가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는 경우도 있다.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미쳐도 단단히 미친" "대갈통을 후려갈기고 싶은" 등등.

그런데 한바탕 분노의 욕설을 퍼붓고 난 뒤엔 한풀 꺾여서 이런 말을 곧잘 한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즉, 자신의 합리적 기준으로 볼 때 현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바로 '도무지'라는 표현이다. 어원은 조선시대에 행해졌던 형벌 중 하나인 도모지(塗貌紙)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물 묻힌 한지를 얼굴에 몇 겹으로 발라놓으면 서서히 숨을 못 쉬어 죽게 되는 벌이다. 순교한 천주교인들에게 이런 끔찍한 형벌을 가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도무지'는 그런 형벌처럼 '도저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도모지형을 받는 그런 절박한 상황만큼 안간힘을 써봐도 상대방이나 작금의 상황을 납득할 수 없을 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내뱉는 말이다.

언제쯤이면 국민들이 도무지라는 말을 써야 할 만큼 애쓰지 않아도 '국정'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날이 올까. 언제쯤 "그래 바로 이런 게 정치야"하며 엄지를 치켜세울 날이 오게 될까.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그런 날은 쉽사리 오지 않을 것 같다. 지난 세월 정치인들의 입에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표현을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이 들었지만 그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에는 진심을 알아주기를(또는 진심이라고 속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표라도 더 달라는 마음에서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리를 차지하고 나서 주변 사람을 챙기고, 후일을 도모하다 보면 말의 진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멍청하기 짝이 없는 국민 여러분'만 남는다.

대통령 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온갖 말들의 잔치가 국민들의 귀를 현혹할 것이다. 또다시 스트레스 잔뜩 받아서 욕설을 퍼붓고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한숨 푹푹 쉬면서 애꿎은 술잔 들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하기야 이런 기막힌 일이 또 벌어진다면 그게 나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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