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대선 일정 고려…분비슬산 참꽃 축제 진행 개화 시기 고려한 방침
5월 9일로 대통령선거가 앞당겨지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행사 개최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관련 법에 따라 법적 근거가 있거나 특정 시기 개최가 불가피한 경우 등 예외를 제외하면 행사 개최와 후원 행위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개최가 가능하더라도 축제 분위기를 망칠까 봐 연기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시는 5월 6, 7일 열 예정이었던 '2017컬러풀대구페스티벌'을 5월 27, 28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또 5월 8일 계획했던 '동아시아 문화도시 대구 개막식'도 5월 12일로 미뤘다. 대선 직전에 이들 행사를 열 경우 '선거운동의 장'으로 변질돼 축제의 순수성이 훼손되고, 축제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구 서구청은 이달 18일 달서천 만남의 광장에서 열 예정이던 '서구 자전거 대행진' 행사를 취소했다. 만남의 광장에 설치된 자전거 대여소 홍보를 위한 일회성 행사여서다. 서구청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 결정 전에 기획한 행사라 이미 자전거 동호회 등에 홍보까지 마쳤고 약 3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었다"며 "참가 희망자와 경찰 등 관계기관에 일일이 취소를 알리느라 애를 먹었다"고 귀띔했다.
선거법 위반을 피하려는 행사 연기도 이어질 전망이다. 중구청은 다음 달 7일 시작해 9월까지 총 7회에 걸쳐 열 계획이던 '대구 야행(夜行), 근대로의 밤' 행사 시작을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정부 공모사업이지만 연례행사는 아니어서다. 중구청은 17일 오후 회의를 열어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4월 11일 수성못 일대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수성구가 걷는 Day' 행사도 비슷한 처지다. 수성구 보건소가 매달 11일을 걷는 날로 정해 4월 첫 행사를 열 계획이었지만 조기 대선 때문에 5월로 연기됐다. 같은 달 22일로 계획됐던 달서구 '선사문화체험축제'도 연기 대상에 올랐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이번이 세 번째로 아직 연례적이라고 하기엔 부족하고 대구시나 다른 구청들도 행사를 연기하는 분위기여서 고민이 깊다"고 전했다.
연례행사이지만 축제 분위기와 행정 업무를 고려해 미뤄지는 사례도 있다. 남구청은 애초 다음 달 29일과 30일 이틀간 예정됐던 '앞산 빨래터 축제'를 5월 중순에 개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 축제는 과거부터 이어오던 '대덕제'를 계승한 것이어서 올해가 24번째다. 남구청은 대선 분위기가 축제의 흥을 깰 수 있는 데다 대선과 축제가 겹치면 행정 공무원의 업무가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예정대로 행사 개최가 가능한 구'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달성군은 다음 달 22일부터 30일까지 비슬산 일대에서 '비슬산 참꽃 문화제'를 진행한다. 참꽃이 피는 시기를 놓치면 축제를 여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5월 3~7일 열리는 '대구 약령시 한방문화 축제'도 마찬가지다. 대구시는 "행사에 전시될 약초 개화 시기를 놓치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민간 주최 행사도 대선 일정을 의식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구 남산동 자동차 골목에서 매년 5월마다 열렸던 '남산동 모터 페스티벌'은 개최 시기를 대폭 미뤄 10월쯤 열 계획이다. 자동차 골목 상인회 관계자는 "대선 때문에 연기된 축제'행사가 5월 중순에 쏟아질 것으로 보여 굳이 그 시기에 축제를 열 필요는 없어 보인다"면서 "6월을 넘기면 무더운 대구 날씨 때문에 레이싱 모델 구하기도 어려워 차라리 가을에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경북도 봄 축제 고심…칠곡군 아카시아꽃·유채꽃 축제 취소
경북 지자체 역시 봄 축제를 연기하는 방안을 두고 시름에 잠겼다. 칠곡군은 매년 5월 첫째 주에 개최해왔던 지천면 '아카시아꽃 축제'를 올해는 취소하기로 했다. 지천면은 대선과 기초의원 재선거(지천'동명'가산 선거구)도 치러야 해 축제가 선거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또 내달 8~9일 북삼읍 경호천변에서 북삼이장동우회와 북삼청년협의회가 열기로 했던 '유채꽃 축제'도 취소됐다.
김천시는 매년 4월에 치르던 '김천 자두꽃 축제' 개최 시기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선거에 관심이 쏠리면 관광객 참여가 떨어질 수도 있어서다. 더욱이 매년 축제가 열렸던 농소면이 사드 배치지 바로 아래에 있어 올해 축제 취소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축제 일정이 뒤늦게 확정된 예도 부지기수다. 문경 '전통찻사발축제'(4월 29일∼5월 7일), 고령 '대가야 체험축제'(4월 6∼9일) 등은 고심 끝에 계획대로 치르기로 했다. 문경시와 고령군은 축제 일정을 두고 경북도와 논의에 들어가 14일에야 일정을 확정했다. 서원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축제는 대통령 선거와 관계없이 열 수 있으나 선거 때문에 축제에 관심이 줄어들 수 있어 시'군마다 어떻게 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영덕 '대게 축제'(23∼26일), 경주 '벚꽃 마라톤'(4월 1일)과 제1회 '경주 벚꽃축제'(3월 31일~4월 9일) 등 시기를 놓치면 열 수 없는 축제는 계획대로 열린다.
5월로 정해진 대선 시점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으로도 대선이 있는 연도에는 봄맞이 행사와 축제 열기가 쉽지 않아진 탓이다. 대구 한 구청 관계자는 "3~5월은 각 지자체 행사가 몰리고 어린이날'어버이날 등 기념일도 많은 시기"라면서 "대통령 선거는 항상 겨울에 있어서 별문제가 없었는데 이제는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