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악취 진동하는 염색산단] 악취물질, 호흡기 질환 유발…발암물질도 포함돼

10개월간 17개 업체 실태조사

대구 염색산업단지 입주 공장 굴뚝과 배기구에서 희뿌연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악취와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 염색산업단지 입주 공장 굴뚝과 배기구에서 희뿌연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악취와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염색산업단지(이하 염색산단) 내 업체들이 내뿜는 악취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대구시가 대구녹색환경지원센터에 의뢰해 2015년 5월부터 10개월 동안 염색산단 내 17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보고서에서 인근 주민들이 각종 악취 유발물질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배출 물질은 코팅업체가 많아

보고서에 따르면 코팅제조업체는 주로 휘발성 유기용제류(VOCs), 니트제조업체는 주로 알데하이드류의 악취 유발물질을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팅제조업체 8곳이 업체당 하루 평균 211㎏의 휘발성 유기용제류를 배출한 가운데 M업체는 무려 876㎏을, Y업체는 427㎏을 쏟아냈다.

휘발성 유기용제류로 인한 악취는 유해물질인 톨루엔과 MEK, 에틸아세테이트 등이 포함됐다. 새집증후군의 주범으로 알려진 톨루엔은 시너와 비슷한 냄새가 나며 인체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수면장애,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들 업체는 대신 알데하이드류는 업체별로 0.06~5.411㎏으로 상대적으로 적게 배출했다. 휘발성 유기용제류가 많이 배출되는 것은 섬유 표면에 약품을 바르고 고온 다림질하는 과정에서 해당 물질이 다량 발생하기 때문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반면 니트제조업체 9곳은 알데하이드류 배출이 많았다. 업체당 하루 평균 약 0.8㎏를 배출했고, 배출량이 많은 H업체는 39.43㎏을, S업체는 11.12㎏을 배출했다. 평균 약 0.08㎏을 배출한 코팅제조업체에 비해 10배 가까이 많았다. 알데하이드류에서는 발암물질로 알려진 아세트알데하이드, 포름알데하이드 등이 배출되며 두통, 구토, 현기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17개 업체에서 배출되는 휘발성 유기용제류는 일일 기준 약 1천754㎏, 알데하이드류는 약 23.5㎏이었다. 염색산단에 입주한 업체가 모두 125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만 수십t의 악취물질이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악취 유발은 니트제조업체가 더 커

악취 유발은 니트제조업체가 코팅제조업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17개 업체의 굴뚝을 통해서 나온 악취를 '악취유발지수'(Odor Index·ODI) 개념을 적용해 수치화한 결과 악취에 미치는 영향은 배출량이 적은 알데하이드류가 휘발성 유기용제류에 비해 훨씬 높았다고 밝혔다. ODI는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 농도에 해당 물질의 최소감지농도를 나눈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17개 업체에서 측정된 ODI의 평균은 '949'에 달했다. 평균적으로 업체 굴뚝을 통해 나오는 악취에서 인체가 감지할 수 있는 최소농도의 949배가 되는 악취가 나온다는 의미다. 니트제조업체 9곳 중 6곳의 수치가 1천이 넘은 가운데 가장 수치가 높은 H업체의 경우 2천819에 이르렀다. 코팅제조업체 중에서는 8곳 중 1곳이 1천이 넘었다. 보고서는 "단순 배출량은 휘발성 유기용제류가 매일 약 1천753㎏ 배출돼 알데하이드류(약 24㎏)보다 훨씬 많지만 알데하이드류 물질에서 악취가 더 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배출량과 악취 유발도가 다른 것은 악취물질에 따라 인체가 느끼는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구녹색환경지원센터 관계자는 "휘발성 유기용제류의 최소감지농도가 알데하이드류 물질에 비해 수백~수천 배로 훨씬 높기 때문"이라며 "인체가 알데하이드류 물질을 더 민감하게 감지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주민 피해 심각

염색산단 주민들은 각종 악취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보고서는 염색산단 인근 4개 지점에서 악취 유발물질을 측정한 결과 모두 13종류가 넘는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주택가 밀집지역인 서구 비산7동 주민센터가 17종으로 가장 많았고 서대구초등학교 14종, 서부소방서와 ㅍ상사 부근이 각각 13종이었다. 환경부 지정 악취 유발물질이 총 22종임을 감안하면 염색산단 인근 주민들은 세상에 알려진 악취의 절반 이상을 맡으며 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인근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 유병률이 대구시 평균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주민들이 암과 염색산단 연관성에 대해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배경이다. 보고서는 "염색산단과 가장 가까운 비산7동 주민센터에서는 휘발성 유기용제류 농도가 다소 높게 검출됐고, 염색산단 부지 경계 주변에서는 알데하이드류가 주요 악취 유발물질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앞서 지난해 7월 서구청, 염색산단 내 15개 업체와 악취 자율저감 업무협약을 맺는 등 악취 저감책을 마련한 바 있다. 휘발성 유기용제류와 알데하이드류 배출을 2020년까지 2015년 배출량의 40%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향후 5년 동안 휘발성 유기용제류를 1천52㎏까지, 알데하이드류를 14㎏까지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아울러 악취 저감시설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염색산단 업체 대부분이 운영하는 활성탄식 집진기 경우 유지보수가 잘되지 않는 데다 노후에 따라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활성탄 등 충전물 교체 및 관리가 어렵고 다량의 폐수가 발생해 관리에 소홀할 경우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다만 초기 설치비용이 약 1억원 수준으로 다른 악취 저감시설에 비해 낮아 현재 염색산단 125개 업체 중 110여 개 업체가 운용 중이다.

보고서는 대안으로 전기식 집진기와 촉매이용방식 집진기를 제시했다. 공기 속에 떠다니는 오염물질에 전기장을 작용시키는 방식으로 정화하는 전기식 집진기는 활성탄식에 비해 악취 저감 효과가 크다. 하지만 초기 설치에 약 2억5천만원 정도가 들어 현재 전기식 집진기를 운용하고 있는 업체는 13곳에 불과하다. 오랜 불경기에 고통을 호소하는 염색산단 업체들이 부담하기에는 적잖은 금액이다.

지난해 개발된 기술인 백금 촉매방식 집진기도 대안으로 꼽힌다. 악취 저감 효과가 전기식 집진기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초기 비용이 약 1억2천만원에 불과하다. 염색산단 내 한 업체가 지난 2월 시범적으로 백금 촉매방식 집진기를 설치했으며, 염색산단관리공단은 오는 6월까지 효율을 검증한 뒤 도입 홍보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활성탄식 집진기의 처리효율 개선을 위해 흡착탑 충진제 교체 주기 및 관리 실태를 철저히 감시'감독하는 한편 비교적 효율이 높은 다른 악취 저감시설로의 교체를 유도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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