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표를 잃을 걸 알면서도 우리 사회 금기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법인세 증세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반기업이라고 매도해 공격합니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우리가 이겨내야 할 과제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억강부약(抑强扶弱)입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20일 한국지방신문협회 초청 대선 주자 집중토론회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공정, 불평등을 청산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자"고 했다. 그런 노력의 맨 앞에 자신이 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제1과제는 공정사회 건설이다. 우리 사회는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것 때문에 엄청난 격차가 생겼다. 국가 전체로 보면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국민들 입장에서는 기회가 사라져 미래와 꿈이 없는 사회가 됐다. '최순실 게이트'는 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적폐청산은 공정사회 건설의 첫 단계다. '선(先)통합 후(後)척결'은 시대정신을 호도하기 위한 얘기다. 적폐청산 없이는 통합도 공정국가 건설도 불가능하다.
-왜 이재명이어야 하는가?
▶사법연수원을 마치며 '억울한 사람 없는 사회 만들기'에 올인하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살아왔다. 저는 참혹한 삶을 빠져나왔으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불평등하고 참혹한 현장에서 희망 없이 살아가고 있다. 각자가 기여하고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필생의 꿈이다. 그러려면 불공정과 부당한 지배구조로부터 이익을 보는 기득권을 제한해야 한다. 기득권자와 정치인들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은 비정상적인 구조로 혜택을 보다가 그 끝장 형태를 보여준 세력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그들과 손을 잡고 권력을 나누자는 것이다. 청산 대상과 손을 잡자는 것이다. 대연정과 협치를 섞어 국민들을 호도하려고 한다. 협치와 권력을 주는 것은 다르다. 문재인 후보는 자신은 아니라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기득권 대연정이다. 주변 세력들, 본인의 준조세'법인세에 대한 태도, 재벌과 노동에 대한 태도를 보면 재벌 기득권과 가깝다고 생각한다.
-개헌에 대한 입장은?
▶현재 상태로 개헌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법률상, 헌법상으로 안 된다. 실현 가능한 방안을 얘기해야 한다. 내용으로 본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현재 상태가 너무 비정상 구조여서 모두가 합의해서 고치려면 아무것도 못한다. 분단국가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단일 리더십이 유용하다. 국가 권력기관 간의 수평적 분권, 더 중요한 것은 지방분권을 강화해야 한다. 5년 단임 대통령제는 당선된 후 바로 레임덕이 시작된다. 재평가가 없어서다. 4년 중임제는 국가 정책의 안정성, 중간평가 때문에 최선을 다한다. 기본권 강화, 국민소환, 국민발안, 국민투표제 등의 강화가 필요하다. 후보들이 개헌 내용'시기를 대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제시하고 임기 내에 개헌하는 게 맞다고 본다. 저는 3년 후, 총선 때가 좋은 것 같다.
-대북정책 기조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려면 확고한 대북 억제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안보는 북한을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려고 하는 것이다. 위협을 제거하는 방식은 마구 두들겨 패는 것과 도발 의욕을 억제하는 것 두 가지다. 강압은 망하거나 싸우는 결과를 가져온다.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군비 경쟁이나 무력 경쟁으로 가지 않을 수 있다. 대화와 협상이 중요하다. 제재, 압박의 강경 정책에 대화와 협상이라는 온건한 요소를 함께 써야 한다.
-사드 배치 입장은?
▶사드 논쟁은 대한민국의 안전성을 해치는 쪽이냐, 평화와 공존이 강화되는 쪽이냐에 있다. 전자로 본다. 안보가 위협받고 있고 점점 나쁘게 빠져드는 초입에 있다. 우리의 손을 떠났다. 이는 자주적 균형 외교 정책을 버려서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약소국은 균형을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균형의 대원칙은 자기중심, 국익중심이다. 균형이 무너지면 상대가 가만있지 않는다. 아이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물었을 때 현명한 아이는 말을 안 하거나 둘 다 좋다고 한다. 생존본능이다. 사드는 이런 균형을 깬 것이다. 명백히 잘못한 것이다. 우린 감수할 수밖에 없다. 점점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수렁에 빠졌을 땐 되돌아 나와야 한다. 미국이니깐 교정 힘들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 어려운 일이니깐 해야 한다.
-사드 철회가 안보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성남시 현관에 시장실을 만들었다. 민원인은 누구나 올 수 있는 구조다. 아무리 오래된 민원도 두세 시간 얘기하면 다 해결됐다. 그들은 그동안 정치적인 언어 때문에 속아 왔다. 나는 안 되는 얘기를 충분히 설명했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 국민들은 이해한다. 대부분 국민은 합리적 결론을 낸다. 국민은 정치인의 수준보다 집단지성의 수준이 높다. 어려운 일일수록 정보공개하고 합리적으로 토론하면 대부분 문제는 해결된다.
-경선이 진행 중이다. 여론조사상 문재인 전 대표에게 뒤지는데 뒤집을 복안은?
▶여론조사가 실제 민주당 내 경선과는 동떨어진다. 여론조사는 될 것 같은 사람을 소극적으로 지목하지만, 경선은 될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행동한다. 그래서 시대정신이 중요하다. 지금은 10%에 불과하지만, 내 삶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우리의 숫자가 더 많을 것이다. 1차전에 최소 2등은 할 거라고 생각한다. 광주'호남 경선에 이겨서 1등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바닥 정서는 완전히 다르다. 정상적인 세상을 만들자는 열망을 가진 사람이 뭉치면 지금의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다.
-경선의 의미와 선택 요건은?
▶지금 우리는 민주당이란 거대한 세력의 지휘관을 선발하고 있다. 이땐 지휘관의 인물을 보고 뽑아야지, 얼마나 많은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가를 보면 안 된다. 그러면 당이 먹힌다. 문재인 후보는 많은 세력 덕분에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안정감은 세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신념과 철학, 일관성으로 봐야 한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를 놓고 봤을 때 신념과 원칙이 뚜렷한지, 말한 것을 지키는지, 때와 상대를 봐가며 말을 바꾸는지 이런 것들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재명은 (살아온 과정 등을 봤을 때) 뭘 할지 예측이 된다. 거대한 세력과 싸울 수 있을까 걱정하지만 흔들릴 것이라고는 걱정하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는 내가 낫다.
-자유한국당이 개혁 대상이라면, 한국당 지지자들이 불안하지 않을까?
▶그러한 불안감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면 해결할 수 있다.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과, 그들을 지배했던 사람은 구별해야 한다. 우리는 그중에서 범죄적 요소, 반사회적 요소를 도려내는 것이다.
-문재인, 안희정 후보가 이것만은 꼭 지켜줬으면 하는 게 있다면?
▶당이라는 것은 다양한 생각의 편차가 존재한다. 나와 생각이 다른 것은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 나는 지금 당장 많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후보가 기득권자에 경도된 측면을 발견해 그것에 제동을 거는 일을 많이 했다. 준조세, 주변 인사 문제 등이다. 분권이 강화될 경우 얼마나 예산 집행 효율성이 커지는지를 내가 증명했다. 지방 분권이 강화됐으면 좋겠다. 안 지사의 대연정은 정당정치를 무시하는 것이다. 압도적인 다수를 만들겠다는 주장은 일당독재다. 대의민주주의가 어렵다고, 마음만 먹으면 다 통과시키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은 일당독재다. 이는 정치 기득권자의 의사가 관철되는 것이고 대통령 편하자고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것이다.
-친문 패권주의가 있다고 보는가?
▶당권을 가진 세력에게 어드벤티지가 있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좀 자중하고 배려해줬으면 좋겠다. 정치란 51%만 갖고 나머지는 주는 것이다. 권력이란 쥐려고 힘을 주면 모래처럼 손에서 다 빠져나가 버린다. 솜사탕처럼 살포시 안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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