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살 수 있겠능교?"
20일 울릉읍 도동리 까끼등 마을. 주민 임광호(73) 씨의 집 곳곳엔 균열이 가 있었다. 거실 바닥은 10㎝ 이상 벌어졌고 창틀도 심하게 틀어졌다. 벽체의 갈라진 틈은 밖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임 씨는 이 일대 지반 침하로 집이 무너질 위험이 있어 보름 전 인근 콘도미니엄 건물로 대피했다. 임 씨는 "50년을 살았지만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언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100여m 아래쪽 KBS 울릉중계소도 비슷한 처지다. 사무동 방송장비실 내부는 폭격을 당한 모습을 연상케 했다. 벽엔 심한 균열이 여러 곳 생겼고 바닥 일부는 20㎝가량 벌어졌다. 천장은 붕괴를 막기 위한 파이프형 철구조물 9개가 받치고 있다. 앞 식당 건물은 수십㎝가량 기울었다. 붕괴 우려가 있다는 자체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중계소 측은 지난달 말 식당 건물을 비웠다. 지금은 모든 직원이 인근 콘도미니엄으로 대피하고 방송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해 상반기 준공한 인근 주차장 지반이 40㎝가량 내려앉고 일대 도로와 주택 곳곳에 균열이 생기는 등 축구장 면적의 9배에 달하는 6만1천여㎡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울릉군은 지난 15일 일대 주민 10여 명을 대피시켰다.
피해가 잇따른 것은 지난달 말쯤부터다. 그러나 주민들에 따르면 지반 침하는 지난해 8월 집중호우 이후 시작됐다. KBS 울릉중계소 한 직원은 "지난해 8월 3일간 400㎜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진 직후 건물 외벽과 바닥 사이에 최대 20㎝ 정도의 공간이 생길 정도로 지반이 내려앉았고, 올 들어 건물 벽이 눈에 띄게 갈라지기 시작했다. 해빙기에 녹은 눈이 땅에 스며들어 침하가 가속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울릉군도 최근 연이어 발생한 기록적 폭우와 폭설을 지반 침하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울릉도엔 3일간 108.2㎝의 폭설이 내렸다.
울릉군은 이 일대를 재해위험지구나 산사태 취약지구로 지정하기 위해 대한지반공학회와 함께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사전조사를 벌이고 있다. 장마철로 접어들기 전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한 응급조치를 한 뒤 지구 지정을 통해 예산을 확보해 내년 상반기 중 복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관건은 발 빠른 예산 확보다. 피해지 규모가 커 군 자체적으로 복구비를 해결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일정이 늦어진다면 태풍철을 2차례나 넘겨야 해 추가 붕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부분 사유시설인 탓에 국비지원사업 대상이 안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덕현 울릉군 방재하천계장은 "산사태로 확산되면 도동 시가지 전체에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정부의 발 빠른 예산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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