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醫窓] 커피와 건강

출근길에 지나치지 않고 들르는 곳이 커피전문점이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연구실에서 e메일을 확인하는 오래된 습관 탓이다. 출근길이나 점심시간에 커피를 들고 오가는 행인들의 모습은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지난 2014년 발표된 우리나라 음료와 주류 섭취량을 보면 커피는 탄산음료에 이어 음료 중 2위, 주류를 포함해도 4위에 오를 만큼 인기가 높다.

커피에는 재미있는 설화가 있다. '칼디'라는 에티오피아 목동은 염소가 어떤 식물의 열매를 먹고 난 뒤 흥분해 날뛰는 광경을 봤다. 궁금해진 칼디는 염소들이 먹는 열매를 직접 따먹었고, 잠시 후 자신도 마구 춤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인류가 처음으로 커피의 효능을 발견한 순간이다.

커피가 대중화되면서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도 높다. 환자들 중에 커피를 마셔도 되는지 묻는 경우가 많다. 커피는 우선 신경·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커피를 마시면 수행능력이 높아지고 피로가 줄어들며 각성 정도가 향상된다. 행복감을 느끼고 기분도 좋아진다. 자살위험률과 우울증을 낮출 수 있지만 예민한 이들은 불안과 불면을 겪기도 한다.

커피는 일부에서 금단증상을 느끼게 하지만 의존성이 생기진 않는다. 지속적인 커피 섭취는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하고 뇌졸중과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을 줄여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커피를 마시면 속이 좋지 않다는 이들도 많다. 커피는 가스트린이라는 물질의 분비를 촉진해 위산 분비를 증가시킨다. 그러나 위나 십이지장에 궤양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는 없다. 다만 이미 궤양이 있는 사람은 위산 분비 증가로 통증을 느낄 순 있을 것이다.

초기의 많은 연구들은 커피가 하부식도괄약근의 압력을 떨어뜨려 위식도 역류질환을 유발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커피가 위산 역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커피는 담석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의 간경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커피를 먹은 직후에 혈압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장기간의 혈압을 높이고 고혈압의 발생 위험이 있는지는 논란이 있다. 정상 혈압을 가진 사람이 장기간 커피를 마셔도 혈압이 올라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고혈압 환자는 커피가 혈압을 높였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커피를 마시면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커피가 부정맥을 유발하진 않는다. 또한 커피가 특정 암을 증가시킨다는 일관된 증거는 없다. 오히려 유방암이나 대장암은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커피는 대체로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설탕과 프림을 잔뜩 넣은 인스턴트 커피는 다른 문제다. 늘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과유불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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