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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장 맡아 주변 눈 흐려, 새 복지사 불시 방문에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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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장애인 37년 노예생활의 전말

울진의 지적장애인 노예생활 사건(본지 3월 29일 자 2면 보도)은 56가구(91명)밖에 살지 않는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일이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40년 가까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을까?

피해자 박모(55'추정) 씨를 데리고 있던 전모(59) 씨는 전남 한 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하다 지난 1997년 고향인 울진으로 돌아왔다. 이후 크고 작은 마을 일에 참여했고, 2013년부터 마을 이장과 복지위원을 맡았다. 장애인은 해당 지역 복지담당 공무원이 수시로 생활환경을 들여다보도록 돼 있지만, 전 씨의 이력이 담당 공무원의 눈을 흐려왔던 것이다. 복지 담당들은 박 씨를 세세하게 들여다보기보다 전 씨의 말을 믿거나, 전 씨와 함께 박 씨를 만난 탓에 정신지체 1급의 박 씨가 도움을 요청할 곳은 사실상 없었다.

여기에 일부 주민들도 전 씨를 도왔다는 후문이다. 박 씨가 전 씨의 집안일은 물론 마을 품앗이나 공사현장에도 보내졌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있어 공짜로 써먹을 수 있는 인력이었던 셈이다. 울진군과 경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일부 마을 주민이 오히려 전 씨를 두둔하고 나서 놀랐다"고 귀띔했다.

박 씨의 사연은 지난해 2월쯤 새로 온 복지 담당자가 불시에 집을 찾아가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3월 전 씨를 이장 등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그동안 발전기금 등을 개인 용도로 쓴 혐의에 대해 경찰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울진군은 전 씨에게 박 씨를 보호시설에 보낼 것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전 씨는 자신의 매형이 운영하던 안동의 한 종교시설에 박 씨를 보내 비난을 피하려 했다.

박 씨는 심지어 그곳에서도 똑같은 노예 생활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울진군은 추가 조사를 통해 그곳이 전 씨 누나의 집인 것을 밝혀내고, 박 씨의 희망에 따라 한 요양보호시설에 안내했다.

박 씨는 시설에서 생활물품 등을 받으며 "난생처음 새 옷을 가져본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매월 장애인 지원금 80만원씩을 받았지만 박 씨는 지금껏 전 씨 내외가 얻어오거나 헌옷 수거함에서 가져온 옷만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자기 돈을 만져본 적도 없는 박 씨는 신용불량자가 됐다. 전 씨가 박 씨의 명의를 도용해 카드를 만들어 쓰고는 돈을 갚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아도 모두 손상된 상태였다.

울진군은 현재 박 씨의 신용회복 절차와 병원 치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박 씨는 1980년쯤 거리를 헤매다 전 씨의 어머니가 집으로 데려간 후 37년 동안 전 씨 집에서 이른바 노예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울진경찰서는 박 씨의 장애인 지원금과 인건비 등 1억여원을 가로챈 혐의와 이장으로 근무하며 발전기금 약 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전 씨를 조사 중이며,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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