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국인 남편을 만나 바다를 건너온 이나경(레디웃'26'사진) 씨는 한국과 베트남의 가교 역할을 하는 통역사가 꿈이다. 결혼 전 너무 가난했던 탓에 공부하지 못한 '한'(恨)도 쌓여 있는 그는 우리나라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자신의 꿈을 향해 전력 질주하고 있다.
이 씨는 "한국에 왔을 때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 문화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다"며 "언어'음식 등 모두 생소한 것이라 '잘 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가장 앞섰다"고 했다. 아이를 낳고도 이런 걱정은 계속됐지만, 가족의 위로 속에 불안한 마음을 다잡곤 했다.
한국어 공부는 가정방문을 해주는 고마운 선생님의 도움이 컸다. 서툰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이 씨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선생님 덕에 능숙한 수준은 아니지만, 결혼한 지 2년쯤 지나자 의사소통은 수월해졌다. 이러는 사이 둘째 아이도 태어났다.
육아와 가사에만 매달렸던 이 씨는 어릴 적부터 하고 싶었던 '공부 욕심'을 내던질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야 했다. 학력이라는 것도 없었던 터라 검정고시부터 준비했다. 또 포항시에서 진행하는 포항다문화교육지원센터 등 공부를 할 환경을 찾아다녔다. 베트남에서 관광가이드를 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던 것이 낯선 지역을 다니고, 사람들과 얘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렇게 3년 세월이 흘러 이 씨는 고교 검정고시까지 통과했다. 부지런한 모습과 사교적인 성격은 2015년 9월 그를 포항다문화교육지원센터 베트남어 강사로 세우기도 했다. 1년 넘는 시간 동안 강사를 하면서 그는 '통역사'라는 더 높은 꿈을 꾸게 됐다. 2017년 3월 포항대 관광호텔항공과에 입학한 것도 이 꿈을 위해서다. "열심히 공부해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지난해 말 '포항공항-베트남 하노이 국제선 부정기편 운항' 과정에서 2회에 걸쳐 통역사로 활약한 경력이 벌써 쌓였다. 지난해부터 포항대에 유학 온 베트남 학생들에게 한국 문화 등을 교육하는 것도 이 씨의 일이다.
이제 어엿한 대학 새내기인 그는 네 살 아래 스튜어디스가 꿈인 김수민 씨도 만났다. 김 씨 역시 12세에 필리핀으로 건너가 힘든 생활을 해왔기에 김 씨와 이 씨는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조력자가 됐다. 김 씨는 "우리는 항상 수업시간 5분 전 제일 앞 자리에 앉아 노트를 펼치고 수업 준비를 한다"며 "어렵고 힘들 때 의지하는 '사랑하는 사이'"라고 했다.
학과장 강명수 교수는 "교수진들이 놀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는 이들이다. 꿈을 위해 나아가는 이들을 위해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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