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허리나 어깨에 나타나는 근골격계통증이나 수술 후 통증보다 훨씬 통증이 심하고 범위가 넓으며 오래가는 통증이 있다면 얼마나 괴로울까. 가장 고통스럽다는 분만통보다 더 아픈 통증이 일상생활에 반복된다면 정말 참기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73세의 할머니가 진료실을 찾았다. 할머니는 밥을 먹거나 양치질을 할 때 오른쪽 위쪽 치아와 코 옆에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고 했다. 밤에 자다가도 발작적으로 통증이 일어나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상태였다.
올해 여든 살이라는 또 다른 할아버지는 왼쪽 눈 윗부분과 이마 부위가 스치기만 해도 참기 어려운 통증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통증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 살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자세히 문진하고 진찰해 보니 이들 모두 삼차신경통을 겪고 있었다. 약물치료로는 치료 경과가 호전되지 않아 적절한 신경차단술을 시행한 후에야 비교적 잘 지내고 있다.
삼차신경은 5번째 뇌신경으로 크게 3개의 분지를 내어 안면 감각과 씹기 근육의 운동 등에 관여한다. 삼차신경통 중 90%는 삼차신경의 뿌리 진입 부위의 혈관이 압박을 받는 게 원인이다.
삼차신경통은 객관적인 검사 방법이 없다. 다만 국제두통학회의 삼차신경통 진단기준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먼저 1초에서 2분 정도의 발작성 통증이 안면부 삼차신경의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분지 분포 영역을 따라 발생한다. 예리하고 찌르는 듯한 발작성 통증이 있거나, 통증 유발 부위를 자극하면 통증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통증 발작은 같은 형태로 반복적으로 나타나지만 신경학적 결함이 없다. 또한 통증이 다른 질환과 연관이 없어야 한다.
삼차신경통은 인간이 체험하는 통증 중에서 가장 참기 어려운 통증 질환이다. 대상포진처럼 말초나 중추신경 손상이나 기능 이상으로 유발되는 신경병증성 통증 질환으로 치료가 쉽지 않다. 이런 통증이 만성화되면 일상생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2011년 대한통증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성통증에 따른 악영향은 수면장애가 60.1%로 가장 많았고, 우울증과 집중력 기억력 감소가 각각 42.2%와 40.3%였다.
우리나라는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문화 때문에 통증을 견디다가 만성화되는 경우가 많다. 삼차신경통 같은 신경병증성 통증은 질병이나 조직 손상의 경고가 아닌 그 자체가 질환이다. 따라서 삼차신경통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약물요법이나 삼차신경 차단술, 미세현미경적 삼차신경감압술, 감마나이프 시술 등 적극적이고 집중적인 조기 치료를 해야 통증의 악순환을 끊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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