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제일 먼저 강조한 가치는 '통합'이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좌우를 나누고 보수, 진보를 나누는 분열의 이분법은 쓰레기통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후보 선출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그런 맥락이다. 문 후보는 2012년 대선 때 이'박 전 대통령 묘소를 찾지 않았으며 2015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당선된 뒤 처음으로 참배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는 '통합'을 얘기하면서도 '적폐 청산'을 내세운다. 수락 연설에서 이번 대선은 "상식과 몰상식, 공정과 불공정, 미래 개혁 세력과 과거 적폐 세력의 대결"이라고 성격을 규정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양자 대결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를 "적폐 청산 후보와 적폐 세력 후보와의 구도"라고 했다.
이는 그가 지향하는 것이 '통합'인지 아니면 '적폐 청산'이란 이름의 배제와 대결인지 헷갈리게 한다. 더 나아가서는 '통합'은 중도층 포섭을 위한 '선전 전술'이고, 궁극적인 전략 목표는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세력을 청산하는 것이라는 의심까지 자아낸다. 이런 의심은 충분한 근거를 지닌다. 그것은 "적폐 청산을 확실히 하는 원칙 있는 통합"이라는 그의 지론이다.
'원칙'은 중요하다. 문제는 그 원칙을 누가 정하느냐이다. 문 후보의 말은 그 원칙은 자신들이 정한다는 것으로 들린다. 그런 원칙에 입각한 적폐 청산이 어떤 양상을 띨지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자신들에 반대하거나 뜻과 노선을 달리하는 모든 정치 세력과 사회계층을 청산 대상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진정한 통합이 아니다. '원칙 있는'이라는 그럴 듯한 수사(修辭)로 포장한 분열 조장이다. 이런 퇴행이 현실화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우리가 맞은 안보'경제 위기는 온 국민이 일치단결해도 대처하기 쉽지 않을 만큼 심각하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나라는 둘로 쪼개진 상황이다. 문 후보의 '적폐 청산'은 그 분열의 틈을 더욱 크게 벌리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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