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펀드로 마련한 붉은대게 대접…침대·치료시설 청소
"저희 부모님이 딱 이 연세세요. 고마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왠지 가슴이 찡합니다."
5일 오전 울진 매화면 울진군노인요양원에 초록색 조끼를 입은 20여 명이 모여들었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요양원 구석구석으로 이동했다. 더러는 주방으로, 더러는 생활관으로 향하는 움직임이 익숙해 보인다. 벌써 10년째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봉사대원(이하 한울봉사대)들의 모습이다.
한울봉사대가 울진군노인요양원과 인연을 맺은 건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요양원이 문을 열자마자 한울봉사대는 이곳을 찾았다. 요양원 내 나무며 목욕 침대, 치료시설, 운송용 차량까지 한울봉사대의 손때가 묻지 않은 것이 없다.
이승만 울진군노인요양원장은 "인력도 많이 부족하고 운영비는 늘 빠듯하다. 한수원의 지원이 없으면 운영이 힘들다"면서 "봉사대원들이 찾아와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르신들도 부쩍 기운을 차리고 밝아진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봉사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붉은대게 손질하기. 한울원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러브펀드로 붉은대게를 마련해 어르신들이 먹기 편하도록 껍질을 까놓는 작업이다. 붉은대게는 울진이 특산지라고 해도 고가에다 손이 많이 가는 식재료라 봉사대의 도움 없이는 쉽사리 대접할 수 없는 음식이다.
울진군노인요양원에는 아예 손발을 움직이지 못하는 노인이 10명이나 있고, 나머지 60여 명도 치매 등 중증질환을 앓아 손수 수저를 뜨기도 힘들다. 한울봉사대는 그런 어르신들에게 직접 손질한 대게를 곁들여 음식을 먹여주고, 말벗도 되어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울진군노인요양원처럼 참여 봉사는 한수원 내에서도 특히 인기가 좋다. 한수원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정기 봉사 계획을 게재하고 선착순으로 자발적 참여자를 접수하는데, 올려놓기 무섭게 동이 날 정도다. 할당량이 없어도 매번 열띤 관심 때문에 한수원은 최근 정기봉사 계획을 늘릴 것을 검토 중이다.
이희선 한울원전본부장은 "지역 상생을 많이 강조하는데 이처럼 직원들이 기쁜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봉사야말로 진정성 있는 소통이다. 한때의 봉사가 아니라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에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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