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무이, 비 오는 날은 나가지 마이소
이수길 지음 / 도어즈 펴냄
5일장. 날을 따로 정해두지 않고 상시 장사를 하는 전통시장과는 달리 5일장은 끝에 오는 숫자가 1일/6일, 2일/7일, 3일/8일, 4일/9일, 5일/10일 등의 순서대로 한 개 군에서 5일 동안 돌아가면서 장이 선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5일장은 물건을 사고팔거나 교환하는 공간이었다. 또 이 마을 저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는 소통의 장이기도 했고, 풍물패나 각설이패 등 놀이패가 모여 한바탕 신명나는 잔치를 벌이는 흥겨운 예술 마당이기도 했다.
이제 왁자한 시골 장터 풍경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대형마트의 등장과 시골 인구 감소, 교통의 발달 등으로 전에 비해 장터를 찾는 사람들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시대의 흐름은 5일장을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시켰다. 지난해 어느 장터에서 만났던 상인을 올해는 만나지 못하고, 찾아오는 손님의 발걸음도 현격히 줄었다. 심지어는 폐장이 되어버린 5일장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장터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 안에 보따리 짐을 풀어놓고 하루치의 물건을 팔아 생활하는 장터 사람들도 존재한다. 편리성으로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사람들의 발길을 장터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 이수길은 전국의 장터를 8년간 찾아다니며 535개의 장터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장돌뱅이와 장사하며 겪는 애환을 들었다. 그리고 지도에도 없고 인터넷 검색도 안 되는 숨은 장터 이야기를 차곡차곡 정리했다. 이 책은 그중 66개 장터에서 만난 88개의 이야기를 가려 뽑은 것이다.
88개의 장터 사람들 사연은 어느 하나 특별하지 않은 게 없다. 저마다 사는 지역, 터를 일궈온 모습은 다르지만 고단한 삶을 살아낸 세월의 깊이와 수십 년을 켜켜이 쌓아온 단골들과의 정, 장사로 일가를 이룬 것들은 이들의 공통분모이다. 무엇보다 마음 깊이 와 닿는 건 자식을 향한 헌신과 그런 부모에게 보답하는 효심이다. 자식들 굶기지 않고 잘 키우기 위해 궂은 날이든 맑은 날이든 장사를 거르지 않은 억척스러운 모정과, 이제는 늙어 기력이 쇠해져가는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들의 아린 마음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장터 상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을 간결하게 담아낸 작은 자서전이자 한평생 가족의 삶을 지탱해온 우리네 부모님들의 전기이다. 부록에는 전국 지역별 5일장이 서는 날짜와 주요 장터 지도가 실려 있다. 336쪽,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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