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54) 씨가 최근 상주본을 사진으로 공개해 실물이 존재하고 있음을 입증하자(본지 10일 자 1면 보도) 언제쯤 상주본을 세상에 내놓을지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배 씨는 상주본을 둘러싼 사건 조작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최우선이라고 못박았다.
10일 기자와 만난 배 씨는 "진상 규명이 이뤄지거나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실물을 공개하겠다. 하지만 현재로선 국회의원 당선이 힘들기 때문에 진상 규명이 유일한 공개 조건 아니겠느냐"고 했다. 배 씨는 "상주본 존재를 발견해 세상에 알린 사람이자 사실상 소유자인데, 사건이 조작돼 엉뚱하게 국가 소유로 바뀌어 있다. 지금 공개하면 당국이 상주본을 빼앗아갈 것이고, 나는 파렴치범으로 몰리게 된다"고 했다.
배 씨는 지난 2008년 상주본을 처음 공개하면서 문화재청에 감정을 의뢰했고 진품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문화재 지정신청을 하던 중 갑자기 조모(2012년 사망) 씨가 나타나 '자신의 집에서 훔쳐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상주본 공개는 틀어졌다. 이후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다툼이 이어진 끝에 민사소송은 조 씨의 승소, 형사소송은 배 씨의 승소(2014년 대법원에서 상주본 절도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로 마무리됐다.
문화재청은 "민사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소유권이 조 씨에게 있음이 최종 확인됐고, 조 씨가 상주본을 문화재청에 기증한 만큼 상주본 소유권은 문화재청에 있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대해 배 씨는 "문화재청 관계자가 특정인들을 위증교사하고 사건을 조작해 내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고, 민사소송에서 졌다. 재수사도 없는데 재심을 청구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상주본 사진 공개에 대해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제대로 압수수색을 못했다는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문화재청 측은 "그동안 실물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 사진상으로라도 확인을 수년간 부탁했는데 갑자기 언론에 먼저 제공해 난감하다. 상주본이 불에 그을린 채 확인된 것은 2년 전 배 씨의 집에 화재가 났을 때 상주본이 집 벽 안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문화재청은 검찰'경찰과 함께 중장비를 동원해 배 씨의 집 마당까지 파는 등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당시 압수수색에 참여했던 문화재청 한 관계자는 "벽에 감춰놓았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수색영장을 받았지만 벽을 부술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문화재청 측은 "법적으로 국가 소유여서 배 씨에게 돈을 줄 수 없다"면서도 사진으로라도 상주본 실물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등 행동에 변화를 보인 만큼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배 씨의 상주본 재산신고를 무산시켰던 상주시선거관리위원회 측은 "만약 배 씨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상주본 실체를 검증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생긴다"고 밝혔다.
한 시민은 "시간이 흐르면서 상주본 훼손도 우려스럽다"며 "국가가 한때 절도범으로 몰렸던 배 씨의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등 원점에서 다시 풀어간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