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년 울진군수 선거 누가 뛰나] 5人 5色에 보수 2당 뒤섞여 벌써 달아오른 열기

임 군수 불법선거 의혹 지역 선거판 뒤흔들자 자천타천 후보군 들썩

내년 지방선거가 1년여 남았지만, 울진에서는 차기 군수가 누가 될 것인가를 두고 벌써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선을 노리는 임광원(67) 현 울진군수가 불법 선거 의혹에 연루된 것이 기폭제가 돼 예비 후보군들의 움직임을 자극했다. 이에 차기 군수직을 노리는 인물들이 활발히 움직이며 울진이 술렁거리고 있다.

◆흔들리는 군수, 도전자들 '지금이 기회'

지난달 중순 임광원 울진군수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후원회장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천50만원을 받고, 자신의 선거캠프 간부를 울진 의료기관에 부정 채용한 혐의이다. 정치자금법 공소시효 100여 일을 앞둔 상황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임 군수는 해당 혐의에 대한 개입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법정 승패와 상관없이 차기 선거에서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임 군수 측은 "이미 억울함을 소명한 일이다. 아무리 선거운동원이라도 후보가 일일이 활동 내용을 알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할 터이지만, 강력한 후보였던 현 군수의 정치 스캔들은 차기 군수 선거판을 술렁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보다 앞서 출마의 뜻을 밝힌 후보들도 있지만, 그동안 큰 꿈을 품고 있지 않던 잠재적 후보군들까지 자극했다. 취재 중 만난 한 후보는 "유죄든 무죄든 비리에 휘말린 것은 분명 현 군수에게 치명적 약점이 될 것"이라며 "현 군수의 유약한 리더십과 비리에 실망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을 결집시킬 수 있다면 승산이 크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5인 5색 뜨거운 지역 정계

임광원 군수가 장애물을 만난 상황에서 내년 울진군수 선거는 '1강 2중 2약' 구도를 보이고 있다. 현역 프리미엄을 안은 임 군수는 아직도 가장 유력한 후보이다. 특히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내년쯤에는 후포 마리나항만 등 임 군수의 역점 사업이 서서히 가시적 성과를 나타내는 시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임 군수는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재선 도전에 성공한 전력이 있다. 당선 직후인 2011년 같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원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고 자리를 지켜냈다.

행정고시 출신에 영덕군 부군수, 경북도청 경제통상실장을 역임하는 등 풍부한 행정 경험은 임 군수가 가진 최고의 자산이다. 특히 초선 도전 당시 무소속으로 김용수 전 군수를 이긴 저력이 있으며, 19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새누리당에 입당해 현재는 자유한국당 공천 1순위로 꼽힌다.

임 군수는 "현재 불미스러운 일과 관련해 아무리 억울하다고 말해도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태가 계속 확대재생산돼 답답하다. 주민들이 원한다면 언제라도 훌륭한 후임에게 자리를 물려줄 수 있다"며 의사는 전했지만, 지역 정계에서는 임 군수의 3선 도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더 많다.

전찬걸(59) 전 도의원과 황이주(50) 도의원도 각축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일찌감치 군수 선거에 대한 포부를 밝히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친 결과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인 전 전 도의원은 경험만큼 인지도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다. 해군 소령으로 전역한 그는 전광순 민선 초대 군수의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며 지역에 얼굴을 알렸다. 이후 두 차례 도의원 생활을 거치며 풍부한 의정 경험과 다년간의 정치 도전을 바탕으로 지역 내 탄탄한 기반을 갖춰 준비된 후보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전찬걸 전 도의원은 "현 군정은 일방적인 통행으로 소통이 부족했다. 지역민들의 열망이 무엇인지 오래도록 고민해 왔고, 해결책도 준비해 왔다"며 "물질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역민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준비를 갖춰왔다고 자부한다"고 전했다.

황이주 도의원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현역으로 지역 내 왕성한 활동을 통해 각종 민원 해결에 앞장서며 충분한 표심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 중 가장 젊은 나이라는 점도 황 도의원이 가진 큰 무기 중 하나다. 언론인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하기 전부터도 지역 현안 사항을 깊숙이 파고들며 그만의 지지층도 확보했다는 평이다. 전국 최초의 한국원자력마이스터 고등학교 설립에 지대한 공헌을 한 점도 지역 주민들에게 크게 부각될 수 있는 치적이다.

황이주 도의원은 "의사 발언을 가장 많이 하는 의원으로 뽑힌 적이 있다. 즉, 울진이 현재 처한 상황을 가장 전문적이고 다각도로 고민해 온 후보"라며 "기자 시절부터 지역 현안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전문가였고, 지역이 처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자부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들보다는 다소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손병복(60) 전 한울원자력본부장도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지며 표심 몰이에 한창이다. 여타 후보와 달리 경제인 출신이라는 것이 그만의 차별점이다. 투자 유치 등 지역 경제 관련 분야에서 가장 전문성을 보이지 않겠느냐는 것에 지역민들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삼성의 비서실장 등을 거쳐 외부 공모를 통해 한울원전본부장을 역임했다. 특히, 한수원의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로서 원전과 한집살이 중인 울진의 특성상 유리한 고지의 한 축을 선점한 셈이다.

손병복 전 본부장은 "당파와 대립을 젖혀 두고 철저히 군민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겠다"면서 "타성에 젖은 공직자 출신보다 경제전문가로서 능력 본위의 조직을 끌어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아직 확실한 의사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장용훈 도의원도 주위의 추천으로 인한 유력 후보로 자주 거론된다. 유연한 이미지와 중도적 성향이 크게 어필했다는 분석이다. 제5'6대 군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며 교통장애인협회와 지역아동센터의 후원회장도 겸임하는 등 복지 관련 분야에 관심을 쏟으며 꾸준히 지역민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장용훈 도의원은 "많은 분들이 군수 도전을 권유하시지만, 여러 상황으로 지역이 혼란스러운 지금은 섣불리 나서다가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면서도 "지역민들의 바람이 계속된다면 나 나름의 결심을 내려야겠지만, 현재는 심각히 고민 중이다"고 했다.

◆당파'지역 대립 뚜렷

각종 후보군의 난립은 울진지역 내에서도 당파 간, 지역 간 대립의 양상을 띠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간의 경쟁이다. 임광원 군수와 황이주'장용훈 도의원은 확고한 자유한국당으로 분류된다. 전찬걸 전 도의원의 경우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의 중학교 동창으로 현재 지역 내 바른정당 총책을 맡고 있다는 소문이다. 손병복 전 한울원전본부장은 명확한 당파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울진 남'북 간 대립도 표심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잣대이다. 울진군은 과거 고려시대부터 울진과 평해를 중심으로 나뉘어 통치된 전력이 있고, 원전 지원금이 대부분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집행된 까닭에 남'북 지역 간 대립이 다소 있는 편이다. 후보군들로 따져보면 임광원 군수'황이주 도의원'손병복 전 본부장이 남부지역, 전찬걸 전 도의원'장용훈 도의원이 북부지역 출신이다. 특히 남부지역의 경우 해당 지역 군의원들의 잇단 뇌물 스캔들이 터지며 정치 공백에 대한 갈망이 크다. 이렇듯 암묵적으로 불거진 대립을 해소하고, 지역 현안에 대한 유권자들의 공통된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후보들이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로 보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