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수길의 경북 장터 사람들] (14)구미 선산장터 찐빵 장수 김동섬 씨

중장비 20년 경력 접고 '찐빵 인생' 20년

김동섬 씨 부부가 만드는 찐빵에는 인생의 쓴맛과 단맛이 모두 들어 있어 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김동섬 씨 부부가 만드는 찐빵에는 인생의 쓴맛과 단맛이 모두 들어 있어 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수길 작가
이수길 작가

김동섬(58) 씨는 구미 선산 장터에서 제2의 인생을 열었다. 외환위기 때 실패한 사업을 접고 장돌뱅이 생활로 전향해 인생 역전을 이뤘다. 김천이 고향인 그는 중장비 기사로 20년을 보내다 인생의 쓴맛을 보고 말았다. 식구들과 함께 살아갈 길이 막막해진 그는 지인의 권유로 찐빵 장사를 시작했다.

김 씨는 살아야 한다는 집념 하나로 밤을 새운 결과, 한 달 만에 빵 만드는 기술을 전수받았다. 초창기에는 반죽이 잘못되어 찐빵이 죽빵으로 되는 일이 많았다. 손님들에게 맛없다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이를 악물고 찐빵을 만들었다. 찐빵 장사로 자리를 잡으려고 전국의 5일장을 많이도 돌아다녔다. 구미 장천장(5일/10일), 군위 소보장(2일/7일), 전북 무풍장(3일/8일), 성주 가천장(1일/6일), 거창 가조장(4일/9일) 등이다. 현재는 왜관장(1일/6일), 선산장(2일/7일)에서만 장사를 한다.

중장비 인생으로 20년 세월이 흘렀고 장돌뱅이 찐빵 장수로 또 20년 세월이 흘렀다. 부인 임미경(55) 씨와 함께 만들어 내는 빵은 찐빵, 찹쌀 도넛, 핫도그, 꽈배기, 팥도넛 등 5가지이다. 중장비 기사 시절 다진 강인한 몸과 힘으로 찐빵 반죽은 김 씨가 전담한다. 한 시간 정도 숙성시킨 반죽으로 즉석에서 찌는 찐빵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유의 맛이 난다.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섞은 이들만의 노하우로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부부는 "가세가 기울어졌을 때 아들들이 삐뚤어지지 않고 착하게 자라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부모님이 힘들 때 말썽부리지 않고 살아준 덕으로 지금은 행복한 나날이다. 장남은 결혼해 손자까지 안겨주고 작은아들도 부모의 뒤를 이어 찐빵장사로 창업했다. 김 씨는 요즘은 손님들에게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장터에 나온다고 했다. 왜관장과 선산장을 찾아 쫄깃한 찐빵을 먹으면 저절로 행복한 기분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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