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世事萬語] 청년 일자리의 해법(상)

- 겉도는 정책

지난 16일 삼성그룹 공채를 위한 마지막 직무적성검사(GSAT)가 치러졌다. 내년부터는 계열사별로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란다. 그룹 공채가 계열사별 채용으로 바뀌면 실제 채용 규모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삼성의 채용 규모를 알기 어려운 만큼, 정부와 시민사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차별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지방대생들로서는 미칠 지경이다. 이제는 정당하게 겨뤄볼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마는 것인가?

보수정권은 그동안 기업이 잘되면, 특히 한국경제를 이끄는 대기업이 잘 되면 청년 일자리를 비롯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50조원, 영업이익 9조9천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사상 최대인 13조원의 영업이익이 기대된다고 한다. LG전자도 올 1분기에 역대 2번째인 9천21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보다 무려 82.4%나 급증했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들의 순이익은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했다. 그런데도 주요 대기업 5곳 중 1곳은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한 명도 뽑지 않을 예정이란다. 취업준비생과 부모, 가족들 입장에선 환장할 노릇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대책으로 각종 청년수당을 제시하고 있다. 저소득층 청년들이 좀 더 잘 취업준비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취업할 곳은 줄어드는데 준비만 더 잘하라니, 근본적인 치료는 외면하고 진통제 처방만 하겠다는 뜻이다. 청년의 절망이 사회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2년간 임금을 대기업의 80% 수준이 되도록 보전해주겠다는 공약도 나왔다. 청년들은 말한다. "너의 자식을 중소기업에 취업시켜 봐라. 그 말이 나오나." 그만큼 상당수의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임금과 복지가 열악하다. 솔직히 앞길이 구만리 같은 청년들에게 '그런' 중소기업에 취업하란 소리는 인생을 포기하란 소리로 들리는 것이 현실이다. 또 임금을 보전해주는 2년이 지나면 그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공시족(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지역 대학교수 몇 명을 만났더니, 지방국립대학이 공무원 학원이 되어버렸다고 한탄을 한다. 그러나 지방대생 입장에선 이보다 더 합리적인 선택은 없다. 공무원 시험은 그래도 아직까진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정한 시험'으로 꼽힌다. 일단 성공하면 웬만한 대기업보다 낫다. 그래서 공무원을 막 늘려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단다. 공무원 1명 채용하는 데 드는 평생비용이 얼마인지는 알고 하는 소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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