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김경해의 마케팅 이야기] 소통의 기술로 사람을 얻는 마케팅

대구 계성고 졸. 서강대 영문과 학사 및 석사. 초대 한국 PR 기업협회 회장. 전 서강대
대구 계성고 졸. 서강대 영문과 학사 및 석사. 초대 한국 PR 기업협회 회장. 전 서강대'중앙대'한양대 겸임교수. 해군 발전 자문위원. 국가보훈처 홍보자문위원

기자와 식사 대화로 벽 허문 총장

꾸준한 설득으로 성공 이룬 사장

'말 한마디 천 냥 빚 갚는다' 속담

선조들의 위대한 지혜 새삼 느껴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필자가 문교부(현 교육부) 출입기자 시절, 1년에 한 번 정도 갖는 외부 행사 하나가 유독 마음에 와 닿고 기다려진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김옥길 당시 이화여대 총장의 점심 초청 모임이었다.

김 총장과 기자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듣고 토론하느라 시간 가는 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점심식사로 마련된 음식은 평양식 냉면 한 그릇에 빈대떡뿐이었지만,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맛있고 정겨웠다.

김 총장은 평소에도 소속 교수들과의 소통을 위해 되도록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털어놓으면서, 자신이 내세운 학교 정책에 반대 의사를 피력하는 일부 교수들과는 솔직함을 바탕으로 끝장 토론을 펼쳐 결국에는 그들을 따뜻한 지지자로 끌어들인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하였다.

또 하나의 사례는 일본에서 질 좋은 가구 제품을 싼값에 공급해 일본의 '이케아'(IKEA'스웨덴의 세계적 가구 브랜드)로 불리기도 하는 일본의 대표적 가구회사 '니토리'의 창업자 니토리 아키오 회장의 이야기다. 니토리 회장은 1967년 일본 북부 삿포로의 어느 한 동네에서 작은 가구점을 열어, 오늘날 일본 내 매장 420개를 비롯해 중국과 대만, 미국에도 매장을 갖고 연간 매출 4천580억엔을 이룩한 전설적 사업가다. '니토리'의 성공 비결은 소비자들과의 전략적이고 진정성 있는 '소통'이었다.

'니토리 가구 도매센터 북(北)지점', 초창기의 이 상호는 당시 세 가지의 '전략적 과장(誇張)'으로 구성했다고 한다. 도매점이 아니지만 물건값이 싸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도매'를, 매장이 크고 물건 종류가 많다는 이미지를 갖도록 '센터'를, 그리고 다른 곳에 더 큰 본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기 위해 '북지점'이라는 상호를 붙였다. 이 세 가지 과장 전략은 상(商)도덕적 문제는 다소 있었다고 하겠으나 소비자들에게 호감과 만족감을 주는, 즉 소비자들과의 소통 측면에서는 최고의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면서 그는 끊임없이 상호에 어울리게 질 좋은 제품을 싼값에 공급하며 오늘의 성공을 이끌어 냈다.

니토리 회장은 그의 작은 동네 가구점을 일본 최대 대형 가구회사로 키운 비결에 대해 "교섭이란 거절당한 순간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대부분은 세 번 거절당하면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나는 네 번째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의 집념 어린 꾸준한 설득 노력은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면서 '니토리 가구'는 일본에서 교과서적인 비즈니스 성공 사례로 일컬어지고 있다.

불통의 대명사로 '수첩공주'라고 불리기도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본인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모두 배신의 아이콘으로 치부하며 대화와 접촉을 끊어버리는 극단적인 폐쇄적 성격의 소유자로, 마침내 온 국민의 신뢰를 잃고 영어의 몸이 되기까지 하며 불행한 인물로 추락하고 말았다.

지난해 4월 박 전 대통령은 언론사 보도국장, 편집국장과 드물게 오찬을 가진 일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유승민 의원을 겨냥하여 '배신의 정치'라는 말을 하면서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 관철시키고 유 의원과 주호영 의원을 비롯한 이른바 '비박계'를 총선 공천에서 '컷 오프'시키는 공천 학살로 이어갔다. 그때 그 사람들이 그 후 박 전 대통령의 국회 탄핵 의결에서 결정적인 세력이 된 모습을 보면서 '인생 새옹지마'라는 옛말을 연상하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그가 취임 당시부터 정부와 여'야당, 언론인, 대학교수, 경제인 등 각계 인사들과 폭넓게 시간을 함께하고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 김옥길 전 이대 총장과 같이 폭넓게 사람들을 포용하며 진솔한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면 주변 인물들은 물론, 나라 안 각계 인사들로부터 적지 않은 이해와 충정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일찍이 '소통'을 터득하고 강조한, 우리 선조들의 또 하나의 위대한 지혜임을 새삼 느끼면서, '모든 일은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다'는 평범한 생활 진리도 다시금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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