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희구의 시로 읽는 경상도 사투리] 딸꾸비

딸꾸비가 하로 죙일

놋날겉치 퍼버어쌓티이마는

지역답이 되잉끼네

씨신 듯이 그친다

구름 걷힌 파아란 하늘

한쪽 삔달에

초승 낮달이 게슴츠레한데

논삐얄마중

깨구리 우는 소리가

자글자글하다

(시집 『대구』 오성문화 2015)

*딸꾸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세차게 내리는 비. 원래말은 달구비인데 경상도 방언으로 딸꾸비란 말로 쓴다. 우리네의 어머니나 할머니들로부터 참 많이 들어온 말이다. 여기서 달구란 말은 봉분을 조성할 때 봉분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흙을 단단하게 다질 때 쓰는 기구를 말하니 결국 이처럼 단단하게 다지듯이 내리는 세찬 비란 뜻이다.

*놋날겉치: 놋날은 놋쇠의 날을 말하니 놋쇠의 날처럼 빗줄기가 날카롭다는 뜻이다.

*지역답: 저녁 무렵.

*씨신 듯이: 씻은 듯이, 말끔하게.

*삔달: 빈 곳. 구석진 곳.

*논삐얄마중: 논바닥마다.

1950년대 대구 변두리의 '비 온 뒤의 서정(抒情)이 이랬다. 대구의 생태가 온전히 보존되었을 때의 정서라 그런지 우후서경(雨後敍景)이 자못 격조가 있어 보인다. 경상도 사투리로 찾아본 비의 종류에는 딸꾸비, 야시비, 쪼랑비, 깨굼발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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