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른 아침에] 유권자의 슬기로움만이

평양고등보통학교
평양고등보통학교'연세대(영문학)'보스턴대 대학원(철학박사) 졸업. 전 연세대 부총장. 현 태평양시대위원회 명예이사장

경제보다 안보가 더 중요해진 대선

보수 유권자가 현명하게 선택하면

한미군사동맹 등에 흔들림 없을 듯

'한국 주도 통일'이룩할 분 당선 기대

19대 대통령 선거전이 불을 뿜고 있다. 공인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만도 다섯이나 되는데 그 밖의 후보자도 아홉이나 된다고 하니, 헌정 사상 이렇게 많은 인사들이 대선에 참여한 일은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파면이 되고 20일도 안 되어 검찰에 의해 입건되어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으며 이제 영어의 몸이 된 이 참혹한 현실을 목격하였으니 그동안 철없이 대통령을 꿈꾸던 '얼간망둥이들'도 그 한심한 꿈을 접고 다 물러날 것 같은데 오히려 그 반대현상이 벌어졌다. 그 많은 유능한 대학 출신들이 이렇게도 열렬히 "내가" 하면서 나서는 걸 볼 때 인재의 부족은 없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난세에 인물이 난다는 속담대로 이번 대선을 통해 세계적 인물이 한반도에서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는 것이 타당한 일이 될 것인가?

요새 한반도를 에워싼 국제정세가 험악하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북의 김정은은 핵폭탄을 다 완성하였으니 서울은 물론 도쿄도 워싱턴도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게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가 하면 그의 후견인 격인 시진핑은 대한민국이 '사드' 배치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알면서도 이것을 구실로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전에 없이 심하게 방해하며 우리를 '쓴 오이 보듯' 하는 이 참담한 현실도 우리 경제에는 치명적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예측불허의 미국 대통령이라, 사전에 예고도 없이 시리아의 군 비행장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쏟아붓지 않나, 한반도 근해에 항공모함을 출동시켜 놓고 김정은보다도 더 무서운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 "꼼짝 마라! 꼼짝하면 너는 죽는다." 미국의 서부활극을 한 편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김정은이 "그래도 우리는 우리 길을 가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그자의 마음속엔들 겁이 나지 않겠는가? 도쿄나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드는 일도 물론 쉽지 않지만 서울을 초토화하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에 대해 분풀이를 하다가 정말 전쟁이 터지면 김정은도 죽어야만 하는데, 아무리 '원수 갚는 일'이 소원이라고 해도 그가 저 죽을 일을 먼저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이번 대선에서 경제보다도 안보가 더 시급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므로 유권자는 여러 후보들의 안보관이나 안보정책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어느 한 후보의 안보의식이 유권자의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안 된다"는 유권자가 30% 내지는 40%는 된다. 그러나 그를 지지하는 고정표가 또한 30% 내지 40%는 된다는 말도 있다.

만일 열세 명의 후보가 다 출마하여 각기 몇 표씩이라도 깎아 먹으면 고정표 30% 내지 40%를 지키고 있는 그 후보가 당선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렇게 된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당장 망하지는 않겠지만 미국과의 관계부터 껄끄러워지고 한미군사동맹에도 금이 가고 "미국을 향해 노"라고 하는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것 같은 그 후보의 의식구조는 우리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먼저 미국에는 가지 않고 평양에 가서 김정은을 만나겠다는 말도 많은 유권자의 치를 떨게 한다. 그런 일들은 당선이 되고 나서 형편에 따라 천천히 해도 될 일인데 왜 그런 말부터 앞세우는 것일까?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김정은이 그렇게 말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닐 텐데!

그 열세 명의 후보들이, "그래도, 될 사람을 밀어줘야지" 하며 스스로 사퇴한다면, 설사 고정표가 40%까지 간다고 해도 당선되기는 어려운데, 열세 후보가 다 끝까지 해보겠다고 결심하고 나오면 일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

길은 우리 앞에 있다. 만일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하여 될 만한 사람 한 후보를 밀어주는 민주적 역량을 발휘한다면, 한미군사동맹을 비롯한 모든 안보 태세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그것을 유권자인 국민이 바란다면 국민이 바라는 대로 선거는 치러질 것이다. 그것을 민주주의라고 한다.

중국통으로 알려진 윈스턴 로드(미국의 전 아태차관보)는 일찍이 한반도 문제 해결은 "한국 주도로 통일하는 길뿐"이라고 잘라서 말한 적이 있다. '한국 주도로 통일'을 할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의 당선을 우리는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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