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들이 물질적으로 누리는 풍요로움은 최상위권이지만 그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정반대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어린이들이 비록 물질로는 만족할지 몰라도 그렇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사회복지연구소가 1일 발표한 '초등학교 3학년 아동의 행복감 국제 비교연구'의 분석 결과이다. 어린이들의 '풍요 속 빈곤'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연구진은 한국을 비롯해 영국과 독일 등 16개국의 만 8살, 10살, 12살 5만6천 명을 조사한 자료에서 만 8살 1만7천496명을 뽑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옷과 컴퓨터, 인터넷, 자동차 등의 소유를 묻는 조사에서 한국 아동은 최상위 1위로 나타났다. 한국 어린이의 생활환경만큼은 다른 나라 어린이들보다 월등하다는 뜻일 것이다. 한국 아동의 외견상 풍요로움을 말해주는 듯하다. 하지만 이같이 돈, 물건에 대한 만족도는 14위에 그쳐 행복감과는 거리가 있음을 드러냈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 아동의 행복감은 초라해 16개국 중 에티오피아(16위), 네팔(15위)보다 나은 14위였다. 방과후 교육에 보내는 시간은 3위일 만큼 공부에 치우쳤다. 가족과 대화 시간이나 가족과 함께 놀기는 각각 16위로 꼴찌다. 학교라고 다르지 않다. 학교 성적 만족도와 선생님과의 관계 만족도 역시 맨 끝이다. '선생님에게 존중받는다'거나 '공평한 대우를 받는다'는 부분도 14위다. 가정과 학교에서 아동의 행복감과 존재감은 찾아보기 힘든 결과이다.
이번 연구는 물질에 가려진 우리 아동들의 불행한 자화상을 보는 듯하여 의미를 되새겨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정과 학교의 역할을 되돌아볼 일이다. 가정과 학교에서도 행복하지 않은 아동들의 현실은 분명 오늘의 교육 환경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바닥인 한국 아동들의 행복을 물질만으로 회복할 수 없음은 이번 조사에서 분명해졌다. 물질로 행복을 얻을 수도, 살 수도 없음은 틀림없다. 이제 가정이 먼저, 그리고 학교가 아동들의 불행에 더 이상 귀를 막지 말고 행복한 아동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자문(自問)할 때이다. 미래를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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