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아탈리가 쓴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평전에는 아버지 조지 H.W 부시(41대 대통령)와 아들 조지 W. 부시(43대 대통령)의 차이를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미테랑 대통령이 1989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초대로 메인주 별장에 사흘간 묵었는데, 당시 보좌관이던 자크는 우연히 아들 부시의 방에 머물렀다.
"아들 부시가 보는 책이 몇몇 만화책과 탐정소설뿐이라는 것을 알고 적이 놀랐다. 그 책 주위에는 야구방망이와 권투장갑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거실 서재에는 역사와 지정학에 관한 책, 유럽문학의 고전이 가득했다. 탁자 위에는 닉슨 대통령의 회고록이 있었는데, 부시 대통령이 손으로 적은 주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와 아들의 지적 수준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 났고, 그것이 과거와 현재의 미국 정치 수준 차를 말해주는 듯하다.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맨날 멍청하고 무식하다고 놀림을 받았다. 말실수가 워낙 잦고 어휘력과 문법에 문제가 많아 엉터리 어법을 뜻하는 '부시즘'(Bushism)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을 OPEC(석유수출국기구)이라고 말했다든지, 오스트레일리아를 오스트리아로 지칭한 것은 애교 정도에 속했다.
아들 부시 전 대통령보다 훨씬 무식하고 과격한 화법을 구사하는 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워싱턴 정계나 언론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터져 나오는 대통령의 거짓말과 선동을 지겨워하고 혐오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취임 100일 동안 488번(하루 평균 4.9회)의 거짓말이나 틀린 이야기를 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도 며칠 새 트럼프의 말장난에 분노하고 황당해했다.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 '사드 비용 1조원 내라' '김정은과 만나면 영광스러울 것' 따위의 막말로 한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문제는 트럼프의 막말이 어느 정도 진정성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일부는 그 배경과 진위를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고 했고, 일부는 습관적인 막말에 귀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 미국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 33명이 뉴욕타임스에 트럼프의 정신 상태를 우려하는 편지를 게재한 적이 있을 정도이니 트럼프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옳겠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보니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트럼프 발언의 진실 여부를 가리는 태스크포스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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