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일. 실제 투표에서는 후보 간 순위가 뒤집힐 수 있을까?
역대 대선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6차례 대선에서 후보 등록 시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린 후보는 모두 청와대로 입성했다. 2위와 3위 후보의 순위가 바뀐 경우는 4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3번은 선거를 한 달 이상 남겨둔 시점에 순위 변화가 일어났고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의 순위 변화는 한 번(선거 일주일 전)뿐이었다.
다만, 이번 대선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 따른 '보궐선거'이기 때문에 역대 대선의 추세와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른바 '특수 상황'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에서 치러진 역대 대선의 경향과 다를 수 있다.
지난 2002년 12월 제16대 대선 전날 밤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가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철회 선언으로 대선판 전체가 요동친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변수는 남아 있다.
◆역대 대선에선 1위 후보 바뀐 적 없어
역대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1위와 2위의 순서가 바뀐 경우는 없었다. 역대 대선 트래킹 조사를 해 온 한국갤럽 자료에 따르면 1987년 대선부터 지난 2012년 대선까지 6번 모두 1, 2위 순위는 마지막까지 유지됐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 후보 등 4명이 경합을 벌인 1987년 13대 대선에서는 노태우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전부터 줄곧 1위를 달렸다. 대선일 19일 전에는 36%, 14일 전엔 34%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최종 득표율은 36.6%였다. 2위와 3위 간 경쟁에서 최종득표율은 김영삼 후보 28%, 김대중 후보 27%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1992년 14대 대선에서도 1, 2위 주자 간 순서 변화는 없었다. 김영삼 후보는 김대중 후보에게 선거 기간 내내 우위를 지켰다. 최종 득표율은 김영삼 후보 42%, 김대중 후보 33.8%였다.
1997년 15대 대선 역시 조사 결과와 투표 결과가 같았다. 김대중 후보는 줄곧 이회창 후보를 앞섰다. 김대중 후보는 선거일 26일 전인 11월 22일엔 여론조사 지지율 33%, 12일 전인 12월 6일엔 32%였고 최종 득표율은 40.3%였다. 경쟁자였던 이회창 후보는 38.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역전에 실패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선 선거일 25일 전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졌다. 이후 단일 후보인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은 수직 상승해 단박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이후 최종 득표율에서 격차는 2.3%포인트(p) 차이까지 좁혀지긴 했으나 계속해서 우위를 유지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선 1위 후보의 독주 현상이 나타났다. 이명박 후보는 선거일 24일 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8%, 13일 전인 12월 6일엔 44%로 상승했고 최종 득표율은 48.7%였다. 당시 여당 후보였던 정동영 후보는 득표율이 26.1%에 그쳤다. 가장 큰 격차를 보인 선거였다.
2012년 18대에선 박근혜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문재인 후보에게 3~4%p의 우세를 유지했고 최종 득표율은 박 후보가 51.55%, 문 후보가 48.02%였다
◆2위와 3위 후보 간 접전 전망
역대 대선에서 2위와 3위 후보의 순위가 바뀐 경우는 지난 대선까지 4차례 있었다. 다만, 4번의 순위 변동 가운데 3번은 대선 40~30일 전인 11월에 일어났다. 대선에 임박(일주일)해 순위가 바뀐 경우는 2007년 대선뿐이었다.
2007년 여당 후보였던 정동영 후보는 대선 한 달 전 갑자기 출사표를 던진 무소속 이회창 후보에게 밀리면서 12월 초까지 5%p 차이로 3위에 머물렀다. 대선 일주일 전 조사에서 정동영 후보 20.3%, 이회창 후보 17.3%로 역전에 성공했다.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는 26.1%의 득표율로 2위, 이회창 후보는 15.1%로 3위에 머물렀다.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역전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를, 2007년 정동영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2012년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추월했다.
3위를 달리던 진보'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후보가 제3당 혹은 제3지대 소속의 2위 후보를 제친 공통점이 있다. 투표일에 임박할수록 진보 혹은 보수층의 표심이 각 진영을 대표하는 후보에게로 결집한 결과다.
최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약진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이유도 역대 대선에서 나타났던 표심의 흐름과 유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바른정당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의 자유한국당 합류 의사 표명에 대한 보수층의 반응과 안철수 후보가 중도 성향 부동층의 표심을 얼마나 끌어안느냐다.
◆후보 간 연대와 돌발 상황 등 아직 남은 변수 있어
정치권에선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이번 대선에선 1위 경쟁보다 2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위와 3위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합쳐도 1위 후보의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1위 후보가 탄탄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어 웬만한 악재가 아니고서는 6일 사이에 지지세가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당장 4일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돼 추격자들에겐 만회할 시간이 부족하다.
2위 경쟁은 불을 뿜을 전망이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은 하늘에서 낸다'는 말을 인용하며 결과를 속단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도 투표일 전날 밤 대선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후보 단일화 약속 파기라는 큰 사건이 발생했었다"며 "각 후보 캠프에서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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