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공개입찰, 알고 보면 사전 짬짜미."
소수 업체가 해외 수학여행을 도맡은 배경에는 학교의 위탁 업체 선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수학여행비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된 해당 학교들은 모두 '2단계 경쟁입찰'로 계약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이는 입찰 공고를 내고서 업체들의 제안서를 심사해 학교 측에서 일차적으로 적격 업체를 선정하고, 이후 걸러진 업체들만을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해 최저가격을 제시하는 곳과 계약을 맺는 순서로 진행된다.
문제는 학교 측이 입찰 공고를 낼 때 1단계에서 '소수'의 적격 업체를 선정한다고 밝힌다는 점이다. 정량'정성적 평가가 섞여 있기 때문에 주관적 개입이 충분히 가능하다. 또 2단계 입찰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할 때는 학교 측에서 제시한 기초 금액을 기준으로 업체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심사를 한다. 논란이 된 대구 A고교의 오사카 여행(289명)은 약 2억5천만원이 기초 금액이었다. 기초 금액의 87.875% 이상을 제시한 업체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곳이 최종 입찰자로 선정된다.
대부분 학교에서 1단계 심사를 통과해 입찰 경쟁을 벌이는 업체가 3~5곳에 불과하다 보니 담합 의혹도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낙찰 금액은 기초 금액의 88%를 넘기지 않는다. 하지만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많은 학교들은 낙찰 금액이 기초 금액의 90% 선이었다. 어떤 학교는 95%에 결정되기도 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낙찰 비율은 담합이 아니고선 절대 일어날 수 없다. 입찰을 할 때부터 낙찰 업체와 '들러리 업체'가 미리 정해져 있다"면서 "한 업체가 오랫동안 같은 학교를 맡았다면 의심을 피하고자 다른 업체와 서로 '학교 바꾸기'를 한다"고 귀띔했다.
학교 측에서 특정 업체의 선정을 유도하려고 1단계 심사평가 항목을 교묘하게 이용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A고교 입찰 공고에는 입찰 참가 자격을 '최근 3년 이내 300명 이상의 해외 수학여행을 1회 이상 인솔한 경험 업체'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100점 만점의 제안서 평가항목에 수학여행 인솔 경험 부분에 20점을 할애해 횟수에 따라 4점에서 20점까지 차등을 뒀다.
여행업계에서는 이러한 심사평가 항목이 특정 업체를 낙점하기 위한 '이중 제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어차피 선정된 업체도 현지 여행사(랜드사)에 학생들을 맡기는 상황에서 인솔한 횟수는 큰 의미도 없다. 처음으로 수학여행을 맡더라도 똑같이 할 수 있다"며 "인솔 경험을 입찰 자격 제한으로 걸어두고 횟수에 따라 점수마저 차등 배분하는 것은 대놓고 특정 업체를 밀어주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학교 측에서 입찰 공고를 내기 전 특정 업체에 미리 정보를 흘린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미리 싼 가격에 항공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학교 측에서 특정 업체에 공고보다도 먼저 알려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투명한 방식의 업체 선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성구 사립고교에 자녀를 보낸 한 학부모는 "학생을 대상으로 업체가 폭리를 취하는 것을 학교가 방관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면서 "아이에게 해가 될까 어쩔 수 없이 참가란에 동그라미를 쳐 돌려보냈지만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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