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 정치인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9년 동안 수권 정당에 몸담으면서 '따뜻한 생활'을 해왔던 TK 정치인들은 이제 야당 생활이라는 벌판으로 나오게 됐다.
TK 절대다수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들이 야당이 됐다는 TK 정치권의 생태적 변화 외에 TK 정치권은 당장 정치적 리더가 사라진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됐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정치 무대에서 사라진 진공상태를 메울만한 인물이 가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열해질 TK 보수 적자(嫡子) 다툼
현 상태에서 'TK 보수 적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TK 정치권의 혼란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주자만 놓고 보더라도 바른정당의 대선 후보로 나섰던 유승민 국회의원(대구 동을)이 TK 보수 적자로 우뚝 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바른정당 국회의원의 집단 탈당 등 각종 악조건 속에서 잘 싸웠지만, 유 의원이 자유한국당이라는 주류를 벗어났고 바른정당 소속 TK 의원은 자신과 주호영 국회의원 등 2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적자 혈통을 부여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 역시 보수의 분열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TK 보수 적자 경쟁 대열에서 한발 비껴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홍준표 전 경상남도지사도 마찬가지다. 홍 전 지사는 "나는 TK"라며 등장, 당초 저조한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벗어나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홍 전 지사가 TK 보수의 적자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더 많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급하게 후보로 충원된 것이 사실인 데다 그의 정치 인생에서도 TK 정치권과의 교류가 많지 않았던 터라 향후에도 TK 보수 적자가 되기에는 걸림돌이 더 많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 당시 TK 정치권의 좌장 격이었던 최경환 국회의원(경산)의 재등판 가능성도 나오고 있지만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TK 한 국회의원은 "이제 야당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데 강한 야당이 되기 위해서는 사분오열돼서는 안 된다. 정통 보수 재건을 위해 'TK 보수 적자'라는 강한 리더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쟁을 통해 실력 검증받는 TK 정치인
이번 대선 과정에서 선거 초반, TK 민심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바라보기도 했다.
지난달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한때 TK 표심의 절반 가까이를 가져갔다는 통계치가 나오기도 했던 것이다. 어차피 보수 정당이 대권을 차지하기 어렵다는 현실 판단 속에서 TK 민심은 '홍찍문'(홍준표 후보를 찍으면 문재인 후보가 된다)에 대한 두려움으로 대안재를 선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물론 이번 대선 최종 개표 결과 TK 민심은 여전히 자유한국당에 가장 가까이 있다는 지표가 도출됐지만, 이번 대선은 TK 정치인들이 긴장해야 하는 분명한 근거를 만들어냈다. 보수 정당에 대한 '몰표'싹쓸이'로 대변되는 TK 민심이 이제는 그 관행에 물든 TK 정치인들을 더 이상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확실히 힘을 얻은 것이다.
대구의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난 9년간 TK를 주축으로 한 보수 정당의 장기 집권은 TK 정치인들을 지역 유권자에 대한 봉사에 게으른 '웰빙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낳게 했다. 진보 진영으로의 정권 교체는 TK 정치인들을 무한 경쟁, 그리고 실력 검증이라는 엄격한 잣대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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