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양 오일장은 예천군 풍양면 면소재지가 있는 낙상리에 선다. 풍양장날(3일, 8일)에는 주변 30개 마을은 물론 점촌, 상주, 김천에서도 배를 타고 들어와 장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밀려 노령인구가 많아지면서 장날에는 상인이나 손님이나 모두 노인들이 대부분인 전형적인 면단위 시골장터이다. 장터에는 100년이 넘는다는 풍양의 자랑인 탁주 양조장이 4대째 명맥을 잇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김춘자(가명'69) 씨는 풍양장터에서 씨앗장사로만 먹고 살아왔다. 농촌에 살면 땅도 없고 농사도 짓지 않으면 무엇을 해먹고 살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게 마련이다. 김 씨는 촌남자와 혼인해 1남 3녀를 낳고 살았다. 30대 초반에 남편을 여의면서부터는 장터에서 혼자 씨앗장사를 하면서 살아야 했다. 그나마 장사를 29세부터 시작한 경험 덕에 혼자서 자식들을 키우는데 큰 흔들림 없이 살 수 있었다.
김 씨는 많은 손님들이 응원해주고 장터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한 세월에 항상 고마움을 느끼며 산다고 한다. 막내딸을 등에 업고 장사한지 40년째인 김 씨는 "지금까지 먹고살게 해준 손님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풍양장을 비롯 안계장(1일, 6일), 다인장(2일, 7일)을 다니며 장사했다. 꽃다운 나이에 시작한 장터의 삶도 이제 노인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아쉬움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70살까지만 장사를 하고 그만둘 생각이라고 한다.
씨앗장사 김 씨와 장터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한 옷장수 이영호(75) 씨도 비단 장사부터 시작해 이불 장사를 거쳐 옷 장사로 한평생을 장터에서 보냈다. 이 씨는 옛날에 소달구지 타고 다니던 장터가 그립다고 한다. 이 씨는 씨앗장사 김 씨를 장날마다 차에 실어다 주고 태워주는 역할을 했던 장터 동무였다. 이제는 이들의 끈끈한 우정도 장터에서는 더는 볼 수 없게 된다. 시골 오일장은 왕성했던 나이에 시작해 노인이 되어버린 상인들과 함께 노령화되면서 우리들의 일상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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