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인생인 청년들 대구FC 크루
사전적 의미(옥스퍼드)로 스포츠나 연예인을 좋아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팬(Fan)은 'Fanatic, 열성적인'이란 단어를 줄인 말이다. 경기장을 누비는 선수에 열광하던 팬들이 단순한 응원을 넘어 스스로의 역할을 늘려가고 있다. 팬들은 구단 운영에 직접 참가하고 선수 출전 명단이나 전술을 직접 구성하기도 한다. 스포츠 구단들도 달라진 팬들의 위상에 걸맞게 다양한 소통 채널을 열어 교류하고 있다. 유소년팀을 창설해 미래의 스타플레이어를 키우고 선수들과 팬들의 의견을 구단 운영에 직접 반영하고 있다.
지역 프로 축구팀 대구FC는 젊은 축구팬들을 선발 모집해 '대구FC 크루'(이하 크루)를 운영하고 있다. 청년 축구팬들은 크루 활동을 통해 단순한 응원을 넘어 경기 이벤트 기획은 물론 스포츠 매니지먼트 업무 전반을 경험한다. 크루 활동은 무보수 순수 봉사활동이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지역 구단과 선수들을 가까이서 지원할 수 있는 즐거움이자 보람이다.
"현장직 크루로 시작, 대구FC 직원 꿈 이뤘어요"
#키트 매니저 고강훈 씨
고강훈(24) 씨는 대구FC와 함께 꿈을 완성하는 중이다. 고 씨는 중학교 시절 대구FC 유소년 클럽에 가입하면서 '대구 축구팀'에 푹 빠지게 됐다. 지역 연고 축구팀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자랑스러웠다. 국내 첫 시민구단인 대구FC가 팬들과의 교류를 확대하면서 고 씨는 대구FC에 더욱 애착을 갖게 되었다. 팬 활동을 이어가면서 선수들이나 구단 관계자들과도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었다.
대구FC와 함께한 경험을 살려 대학 전공도 스포츠 마케팅학과를 선택했다. 대학생이 된 2014년부터는 대구FC 크루로 축구와의 사랑을 계속 이어갔다. 고 씨의 대구FC 사랑은 크루 내에서도 유명하다. 크루 활동을 시작한 첫해부터 공로상(개근상)을 수상했고 군 복무 때는 휴가 중에도 경기장을 찾아 응원했다.
축구 사랑이 남다른 덕택에 고 씨는 대구FC 키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현장직 크루로 일할 때 성실함을 인정받아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추천서가 큰 도움이 되었다. 고 씨의 업무는 선수들이 연습하기 전이나 경기 전에 훈련 장비를 챙기는 일이다. 운동복이나 구급함을 챙기는 일부터 벤치 등 연습장 내 시설 일체를 정비하고 있다. 그가 맡고 있는 키트 매니저 업무는 크루 활동 시절부터 해 오던 일이기 때문에 능수능란하게 처리할 수 있다. 고 씨는 "대구FC 직원이 되고 싶다는 막연했던 꿈을 크루 활동을 통해 이룰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축구선수와 더 많은 축구팬들을 이어주는 업무도 맡아보고 싶다"고 했다.
"구단에 경기 보완점'홍보 아이디어 제안하죠"
#축구 주제로 논문 쓰는 정연주 씨
정연주(26'대구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씨는 4년째 대구FC 크루 현장팀(미디어 파트)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홈경기 당일에 경기 일정과 선수 명단을 관계자와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시합이 시작되면 경기장 내 진행 요원으로도 일한다.
크루 활동의 장점은 축구 팬들의 의견을 구단에 직접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루는 수시로 구단 관계자들에게 경기 운영에 관련한 보완점과 홍보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구단 관계자들은 젊은 팬들로 구성된 크루의 의견에 신경을 많이 쓴다. 대구FC가 시민구단인 만큼 팬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크만홈'(크루가 만드는 홈경기)은 대구FC 크루들이 직접 기획하는 홈경기이다. 이날 경기는 크루 멤버가 경기의 테마부터 구체적인 이벤트까지 모두 기획한다. 지난해에는 '대구FC의 숨은 주역들'이란 주제로 크만홈이 열렸다. 이날의 주인공은 대구FC의 조리사, 버스기사였다. 창단, 2부 리그 강등, 1부 리그 승격까지 한결같이 선수들을 지원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정 씨는 크루 경험을 담아 '대구FC'를 주제로 대학원 논문을 작성하고 있다. 논문에는 대구FC가 벌이는 사회공헌활동이나 크루 모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팬덤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를 담을 예정이다.
대구FC 크루는
20세 이상 대구 거주 팬 누구나 가능, 연초에 40명 선발 10개월 활동
홈경기 땐 경기장 필요 시설 설치'기자들에 일정표 전달하는 역할도
현장팀은 운영'축구 상품 판매, 취재팀은 경기 분석'밀착 취재 담당
◆"Putting Fans In the Dugout!" 팬덤이 이끄는 축구팀들
유나이티드 런던FC(영국 12부리그'이하 런던FC) 팬들은 매번 경기 때마다 분주해진다. 팬들은 지난 경기 영상을 통해 소속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한 후 다음 경기에 출전할 가상 포지션을 짠다. 경기 전날에는 가상 포지션에 대한 투표를 통해 팬들이 직접 선발 라인업을 확정한다. 팬들은 선수들의 경기 내용에 따라 평점을 준다. 실력을 제대로 못 보여줬거나 반칙이 잦은 선수들에게는 감점을 주어 다음 경기 출전을 제한시킨다. 아마추어 리그 소속임에도 런던FC가 파격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잉글랜드 축구의 두터운 팬층 덕분이다. 잉글랜드 축구는 전 세계 47억 명의 시청자를 확보한 프리미어리그 외에도 전체 24개 레벨 140여 개의 리그에 480여 개 팀이 있을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 잉글랜드 남부리그 소속 에일즈버리 유나이티드FC는 팬들에게 일부 의사결정권을 넘겨줬다가 현재는 팬이 구단주인 시민구단으로 변경됐다.
캐나다리그 빅토리아 하이랜더스FC의 경우에는 팬들이 직접 경영권을 가지면서 팀을 운영한다. 구단주는 시즌 티켓 구매 팬들에게 구단 소유권 30% 지분과 총 9석 중 2석의 의사결정 권한을 함께 제공한다. 팬덤으로 운영되는 축구단은 마이너리그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바르셀로나는 축구팬들이 직접 창단한 팀으로 팬들에 의해 구단 경영이 이루어진다. 1년 이상 회원으로 활동하는 18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구단 회장 선출권이 주어진다.
국내 프로축구에서도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의 대표 프로축구팀 대구FC도 사회공헌활동이나 구단 개방을 통해 많은 팬들이 축구를 즐기고 대구FC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유소년 축구 지원은 대구FC가 많은 관심을 갖는 분야이다. 대구FC는 유소년팀 운영을 통해 어린 선수들을 육성함은 물론 생활축구 확산에도 힘을 쏟고 있다. 프로선수들이 직접 매주 대구경북 초중고생들에게 축구 체험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현재 대구FC 소속으로 뛰고 있는 신창무 선수도 유소년팀을 통해 프로선수가 됐다.
이러한 활동 중에서도 '크루' 운영은 팬을 위한 가장 새로운 시도로 각광받고 있다. 대구FC는 2013년부터 매년 40여 명의 크루를 선발해 축구단 운영 관련 실무를 가르치고 업무를 보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크루는 경기 진행을 직접 맡는가 하면 평소 대구FC 직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팬 이상의 선수 지원을 하고 있다. 크루 중에는 대구FC에 뼈를 묻기 위해 크루에 지원했다가 실제 직원으로 발탁된 청년이 있고 대구FC의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해 논문을 쓰는 여학생도 있다.
◆대구FC 크루
대구FC 크루는 20세 이상 대구(또는 경산)에 거주하는 팬들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매년 1, 2월에 40여 명 내외를 공개 선발해 10개월간 운영한다.
크루는 단순히 응원만 하는 일반 팬들과 달리 응원뿐만 아니라 선수단을 뒷바라지하는 역할을 한다. 크루는 직원들과 동행하며 업무를 배우면서 구단 운영에 관한 의견을 직접 제안한다. 대구FC의 홈경기 때에는 미리 경기장을 찾아 경기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한다. 기자들에게 선수 명단이나 일정표를 전달하는 업무도 크루의 일이다. 크루는 현장팀과 취재팀으로 나뉘어 활동한다. 현장팀은 운영, 서비스, 미디어, 축구 상품 판매 등을 담당하고 취재팀은 경기 내용 분석과 선수 밀착 취재로 팬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별도 급여는 없지만 식대와 교통비 등은 지급된다. 월급이 없는 순수 열정직이지만 크루들은 일자리 체험 이상의 경험을 쌓을 수 있다. AD카드가 발급되기 때문에 구장을 안방처럼 드나들 수 있는 점은 덤이다. 연말 최우수'우수 활동 크루로 뽑히면 구단 직원 채용 때 우선 추천이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경일대 스포츠학과 박상일 교수는 "스포츠구단과 팬들의 소통 활동이 서로에게 윈윈 효과를 가져온다"며 "팬들은 스포츠나 운동선수에 몰두함으로써 행복감과 자신감을 갖게 되고 구단은 팬들과 가까워질수록 구단 수익이 오르기 때문에 홍보나 지역공헌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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