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전 내진 안전성, 주민에 모두 공개…한수원 관련 정보 투명화 공표

경주 5.8 지진 이후 불안 휩싸여 전력수요 위해 원전 운영 불가피

지난해 발생한 경주 지진으로 월성원전의 안전 운영이 크게 우려됐다. 한수원 제공
지난해 발생한 경주 지진으로 월성원전의 안전 운영이 크게 우려됐다. 한수원 제공

새 정부가 출범하기 무섭게 국내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 석탄과 원자력발전 중심이었던 전력공급체계가 신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으로 급선회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에너지 공약에서 신규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후원전인 월성1호기는 폐쇄하고 신고리 5'6호기 공사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전체 전력 생산량의 1.1%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릴 계획을 갖고, 태양광'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적극 투자할 방침이다.

원자력발전으로 대표되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도 에너지신사업처를 중심으로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다만 신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만으로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만큼, 한수원은 상당 부분 원전 운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수원은 원전 운영에 있어 가장 큰 원칙을 '안전'으로 보고, 관련된 모든 정보를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주민들이 원전 운영에 대해 큰 불안을 느끼게 된 것은 '지진'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9월 12일 발생한 리히터규모 5.8의 강진은 국내 원자력발전산업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대형 참사를 직접 목격한 공포를, 경주 지진을 통해 다시금 몸으로 체감하면서 국내 원전 주변 주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해를 넘기고도 계속 이어지는 여진에 주민들은 '원전 안전'을 강조하며 한수원에 보다 높은 안전 수준을 요구했고, 계속운전 결정이 이뤄진 월성원전 1호기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원전이 견딜 수 있는 지진 규모에 대해 주민들이 의문을 나타내고 있고, 내진설계의 안전성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한 방안 마련도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츠요시 다카다 일본도쿄대 공학대학원 건축학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의 강도는 엄청 컸다. 무엇보다 엄청난 쓰나미가 원전을 덮치면서 사고가 커졌다. 후쿠시마 인근에 쓰나미 피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방심한 것도 사고를 키운 원인이 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방벽만 높이 쌓았더라도 노심 용융 등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자연재해는 언제나 복합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며, 특히 다수 호기가 밀집한 지역의 경우라면 사고 예방을 위한 원전 설계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츠요시 교수는 또 "한국의 원전에 최첨단 기술이 적용됐고, 방파제도 높아 보이는 만큼 예상을 넘는 지진과 해일을 견딜 수 있다. 그래도 최악의 상황을 예측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프랑스 아레바에 근무하는 나딤 무살람 연구원(구조역학분석)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프랑스와 스위스 등 유럽 각국의 원전 내진설계가 변화하고 있다. 지진이 없는 네덜란드조차 내진설계가 논의되는 등 원전 안전이 크게 강화되는 추세"라고 했다. 그는 한국 원전이 안전성을 유지하려면 ▷안전 통합팀을 통한 협업 시스템 구축 ▷누적된 데이터 분석의 지속적 확대 ▷불안 요소에 대한 보완과 설비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최병환 책임연구원(주기기 설계 및 분석그룹)은 "웨스팅하우스 기술은 한국에 80%가량 적용됐고, 이 가운데서도 지진 부분이 많다. 확실한 것은 원전은 내진설계 이상의 지진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미 서부에 자리한 웨스팅하우스의 경우 0.4g로 설계돼 있지만 실제로는 0.75g를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계 기준과 실제 지진 강도를 견디는 힘은 다르다. 하지만 안전계통이 이를 견딜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이에 대한 보완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심프슨 웬하우통 수석엔지니어는 "미국 원전에도 해결되지 않은 안전 이슈가 있고, 이것이 지진 발생 시 장비 오작동 등 오류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전기'기계 설비 등을 구축할 때 지진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유용규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장은 "한반도 지진 발생은 일본에 비해 상당히 낮다. 특히 지진판 경계에 자리한 일본과 달리 우리는 판 내부에 있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경주 지진 발생에 따라 활성단층을 조사하고 있지만 여진이 줄고 있는 상황을 볼 때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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