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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만어 世事萬語]'혼밥'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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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뭘 먹을까?' 수입잡화상을 하는 중년 남성 이노가시라 고로. 그는 거래처 손님을 만난 뒤 혼자 골목에서 두리번거린다. 얼굴에는 설렘과 호기심이 만연하다. 골목 끝에 있는 덮밥집을 발견한다. 벽에 붙은 메뉴를 보고, 튀김덮밥을 시킨다. 요리를 하는 주인에게는 도도한 장인정신이 풍겨난다. 잠시 뒤,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고로는 조용히 음식 냄새를 맡는다. 만족스럽다는 듯 고고한 자세로 젓가락을 든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고로. 그는 혼자만의 식사를 즐긴다. 일상의 피로를 소박한 음식으로 달랜다. 밥알이 달콤해질 때까지 꼭꼭 씹는다. 눈을 지그시 감고, 맛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에게 '혼밥'(혼자 먹는 밥)의 궁상(窮狀)은 찾아볼 수 없다.

1인 가구 520만 시대. 우리나라 1인 가구의 절반(52.3%)이 하루 세끼 모두 혼밥을 하고 있다. 한국인 전체의 하루 세끼 혼밥 비율은 9%. 지난 16일 대한의사협회가 국회에서 마련한 혼밥 관련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통계(이행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건강노화산업단장의 2013~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이다.

이날 심포지엄은 혼밥에 따른 건강 문제를 다뤘다. 혼밥이 비만 유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지적됐다. 세끼 모두 함께 식사하는 사람의 비만 유병률은 24.9%. 반면 세끼 모두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은 그 비율이 34.7%였다. 혼밥 하는 사람은 나트륨 섭취량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스턴트 및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혼자 밥을 먹더라도 영양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혼밥이 평범한 일상이 되고 있다.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사회문화 현상이다. 혼밥은 사회구조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개인의 선택이기도 하다. 즉, 혼밥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결핍의 혼밥, 궁상의 혼밥, 우울의 혼밥은 사회구조가 낳은 현상이다. 시간에 쫓기고 돈도 없어 편의점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취업준비생들, 냉장고에서 꺼낸 반찬 한두 가지로 식사를 해결하는 외로운 노인들, 미래가 불안해 결혼을 포기한 독신 남녀들에게 혼밥은 슬픈 현실이다. 국가나 공동체가 나서서 혼밥의 그늘을 걷어줘야 한다.

긍정의 혼밥도 있다. 대체로 자발적 혼밥이 여기에 해당한다.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혼밥이다. 빡빡한 일상에서의 쉼이요,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타인의 식사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도 있다.

그러나 자발적 혼밥 가운데 경계해야 할 게 있다. 바로 불통의 혼밥이다. 대통령의 혼밥 습관이 나라를 어떻게 망쳤는지,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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