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불한당' 주역 배우 설경구

"17년 만에 찾는 칸 영화제 정말 설레, 제대로 즐겨야죠"

패기 넘치는 임시완과 호흡

새벽에도 전화 걸어 연기 연습

충무로 젊은 피 열정 가득 받아

칸 초청 발표날 정말 기분 좋아

박하사탕 때 초청되고 두 번째

처음 서는 칸 레드카펫 정말 설레

배우 설경구(50)는 반성하고,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20년 넘게 연기를 한 그는 "최근 들어 치열하게 살지 않았던 것 같다"며 자책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과 '살인자의 기억법'에 참여하면서 느낀 바다. 특히 범죄 조직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가 교도소에서 벌이는 일을 담은 범죄 액션 드라마 '불한당' 팀에서 충무로 '젊은 피'들의 열정을 다시 느꼈다.

설경구는 "언제부터인가 내가 너무 연기를 쉽게 하고 쉽게 가려고 한 것 같다"며 "'불한당'은 좋은 자극제가 됐다"고 말했다. "저는 콘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한 컷 한 컷에서 뭐랄까 정성, 열의 같은 게 보였어요. 공부는 못하는데 뭔가 확 빠져 있는 고등학생 무리 같았달까요? 미친 듯이 파고드는 젊은 피가 큰 자극이 됐죠. 콘티를 보여 달라고 한 것도 처음이었고요. 다른 술자리에서도 틈만 나면 '불한당'에 참여한 게 엄청난 자극이 됐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어요."(웃음)

사실 약간의 의심은 있었다. 아니, 의심이라기보다 관심이라고 해야 정확한 말이다. 설경구는 "로맨틱 코미디('나의 PS 파트너')를 연출했던 감독이 어떻게 이런 남자들 얘기를 썼을까 궁금했다. 만났는데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이더라"며 "많은 이가 '신세계'나 그전에 '무간도' 등도 있고, 또 최근 '프리즌'까지 있으니 기시감 때문에 걱정했을 것 같다. 특히 '프리즌'은 언더커버 소재로 먼저 나왔기에 '불한당'이 손해 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하더라. 하지만 우리 영화는 언더커버라기보다 남자들의 감정에 집중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변성현 감독은 "구겨져 있던 선배의 이미지를 빳빳하게 펴고 싶다"는 말로 설경구의 흥미를 일게 했단다. 그동안 무게 잡지 않았던 설경구에게 멋이라는 걸 챙겨 건넸고, 많은 걸 요청했다. 설경구는 "그런 감독의 요구가 좋았다. 감독의 집중하는 모습이 자극제가 됐다"고 행복해했다.

'불한당'은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두 남자 배우의 감정을 쌓아가는 지점들이 관객을 새로운 누아르에 빠져들게 한 작품이다. 호흡을 맞춘 임시완에 대해 "상대 배우 칭찬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 설경구이지만 후배를 향한 사랑을 반어적으로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시완이는 뭔가 자기가 안 풀리면 새벽 3시고 4시고 전화해서 감독을 붙잡고 연기한다고 하더라"며 후배의 일화를 전했다. 설경구는 "그 시간에 전화하는 건 약간 정신이 이상한 것 아니냐. 한마디로 돌××"라고 웃으며 "그때면 감독이 자거나 술 먹고 있을 때인데 뭐가 들리겠나. 그런데 시완이가 수화기에 대고 연기를 하며 '이건 어떠세요?'라고 한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왜 그러는지 너무 궁금해서 '새벽에 그게 뭐 하는 거냐?'고 하니 '전보다 조절한 것'이라고 하더라. '너도 참'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는 말로 칭찬을 대신했다.

'송어'와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으로 다양한 국제영화제에 참석했던 설경구. 제70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된 '불한당'을 들고 17년 만에 찾는 칸 영화제에 대해 "정말 설렌다"고 고백한 그는 "이번엔 제대로 즐길 것"이라며 "칸 초청 발표 첫날 기분이 정말 좋았다. 예전에는 당연히 영화제에서 계속 초청장이 날아오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웃었다.

"칸 르미에르 극장 레드카펫에 서는 건 처음이에요. 이창동 감독님의 '박하사탕'이 감독 주간에 초청됐을 때는 다른 극장에서 상영돼 재킷만 입고 들어간 기억이 있어요. 르미에르 극장에서 찍은 사진이 집에 있는데 그건 나중에 따로 감독님과 가서 찍은 거거든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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