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송 자연유산 그랜드슬램] (2)연간 150만명이 찾는 청송 주왕산

천연기념물 '솔부엉이' 터줏대감…세계 희귀종 '부채괴불이끼'는 이웃

주왕산 9경 중 제5경에 해당하는 것이 주산지 왕버들나무다. 수령이 100년도 훨씬 넘은 노거수 왕버들나무가 호수 안에서 물 위로 가지를 뻗은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특히 이곳은 사진작가들의 촬영장소로 이름나 있다. 청송군 제공
주왕산 9경 중 제5경에 해당하는 것이 주산지 왕버들나무다. 수령이 100년도 훨씬 넘은 노거수 왕버들나무가 호수 안에서 물 위로 가지를 뻗은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특히 이곳은 사진작가들의 촬영장소로 이름나 있다. 청송군 제공
생김새가 마치 떡을 찌는 시루같이 생겼다 해서 시루봉이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어느 겨울철에 한 도사가 이 바위 위에서 공부하는데 신선이 와서 불을 지펴주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시루봉에 안개가 끼면 마치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청송군 제공
생김새가 마치 떡을 찌는 시루같이 생겼다 해서 시루봉이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어느 겨울철에 한 도사가 이 바위 위에서 공부하는데 신선이 와서 불을 지펴주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시루봉에 안개가 끼면 마치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청송군 제공

안전한 산행 위해 7개 코스 정비

주봉 코스 등 초보자도 쉽게 올라

상주~영덕 고속道 개통에 맞춰

40년 만에 영덕~가메봉 구간 개방

주왕산은 설악산(강원도 인제), 월출산(전라남도 영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 중 하나로 꼽힌다. 경북에서는 가장 명산으로 산의 모습이 마치 돌로 병풍을 친 것 같다고 해서 옛날에는 석병산(石屛山)으로도 불렸다.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중심인 주왕산에는 아름다운 풍광과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식생·동물 등이 있다. 천연기념물부터 세계 희귀종 등을 유구한 역사 속에서 꿋꿋이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노력 덕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평생을 살아온 자신의 고향을 떠나야 했던 내원마을 사람들은 자연을 지키고자 숙명처럼 그것을 받아들였다. 국립공원구역으로 묶여 어떠한 개발 행위도 할 수 없었던 주왕산 인근 주민들도 욕심 없이 자신들의 의무와 책임으로 여기고 더욱 주왕산을 지키고 가꿨다. 이 때문에 지금의 주왕산이 아름답게 보존되고 연간 150만 명의 관광객을 맞을 수 있다.

◆천연기념물과 희귀 식생의 보고

주왕산의 터줏대감은 역시 '솔부엉이'다. 지난 1982년 천연기념물 제324호로 지정된 솔부엉이는 주왕산 고산지역에서 주로 발견된다. 올빼미과의 야행성 맹금류인 솔부엉이는 몸길이가 약 30㎝로 꽁지깃이 긴 것이 특징이다. 나무 구멍이나 인공 새집에 번식하는데, 산란기는 5~7월로 지금이 솔부엉이에게는 가장 민감한 시기다. 한 배에 3~5개의 알을 낳는데 알은 25일 정도 품고 그 후 28일간 새끼를 먹여 키운다. 주로 곤충을 잡아 새끼에게 먹이지만 박쥐나 작은 들새, 설치류 등도 잡아 먹인다. 주왕산 산행 중 솔부엉이를 발견했다면 한 해 동안 산행을 무사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기운을 받은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솔부엉이는 등산객에게 '행운'건강'의 증표다. 고라니와 너구리, 다람쥐와 산토끼, 멧돼지 등 다양한 동물들도 주왕산에 서식하고 있다.

식물자원도 풍부한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둥근잎꿩의비름이다. 둥근잎꿩의비름은 주왕산 일대 계곡의 바위틈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몇 개의 굵은 뿌리가 있으며 잎이 두툼하고 둥글다. 꽃은 붉은색을 띠는데 줄기 끝에 둥글게 모여 핀다, 이 식물은 특이한 것이 비가 오면 두툼한 잎과 줄기에 물을 저장했다가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7~10월 꽃이 피는데 조만간 주왕산 계곡에 둥근잎꿩의비름 꽃이 만발할 것이다.

지난 2012년 주왕산 절골계곡과 주방계곡 근처에서 세계적 희귀종인 '부채괴불이끼'가 발견돼 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부채괴불이끼는 처녀이끼과에 속하며 고사리 등과 같은 고등 양치식물이다. 생태학계는 이 식물이 아직 논문이나 도감에 이름만 기재돼 있는 수준으로 적정 서식 온도나 습도 등 환경조건 정보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알고 가면 재미있는 주왕산 탐방로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는 아름다운 경치 관람과 등산객의 안전한 산행을 위해 대표적인 7개 코스를 정비해 운영하고 있다. 힘들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경치를 관람할 수 있는 코스가 바로 가메봉 코스다. 가메봉 코스는 주왕산 탐방 코스 중 가장 험난하고 힘든데 상의주차장에서 용추'절구폭포를 지나 후리메기 입구~후리메기삼거리~가메봉을 오르고 돌아오는 코스다. 상의주차장~용추폭포까지는 어린아이나 노약자도 쉽게 산책할 수 있는 평지길이다. 하지만 용추폭포를 지나 절구폭포~후리메기 입구~후리메기삼거리~가메봉까지는 계속해서 경사가 가팔라지는 코스라 등산객은 크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

용추폭포는 조선시대부터 용이 승천하는 자리라고 해서 그 이름이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했다는 선녀탕이 있으며 아홉 마리 용이 살았다는 구룡소도 볼 수 있다. 구룡소를 돌아서 나온 계곡물은 새하얀 물거품을 내뿜으며 힘차게 쏟아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절구폭포는 사창동과 훈련목 계곡에서 흘러나온 계곡물이 처마처럼 생긴 바위에 떨어져 절구처럼 생긴 바위에 담겼다가 다시 낮은 바위를 타고 쏟아진다. 이 코스의 끝인 가메봉은 원래 석름봉이라 불렸으며 주왕산에 남은 지명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 중턱에 가마를 닮은 가메바위가 있다. 가메봉 정상에서는 주왕산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날씨가 화창하면 멀리 영덕 바다까지 볼 수 있다.

주왕계곡 코스는 상의주차장에서 절구폭포~용연폭포를 지나 내원마을까지 오르는 코스다. 주왕계곡 입구에서 100m 위쪽 계곡 내에는 아들바위가 있다. 뒤를 돌아 가랑이 사이로 돌을 던져 바위 위에 돌을 올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주왕산 이름의 유래인 강릉 김씨 시조 김주원이 주왕산에 숨어들어 궁궐을 지은 터가 이곳 급수대 정상에 있다. 산상에 물이 없어 계곡의 물을 퍼올려 식수로 썼다 하여 그 이름이 급수대로 불리고 있다. 용연폭포는 주왕산 폭포 중 가장 깊숙한 계곡에 있는 2단 폭포로 그 규모가 대범하다.

초보자 등산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코스가 바로 주봉 코스다. 상의주차장에서 주봉~후리메기삼거리~용연·용추폭포~상의주차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다. 주봉 정상의 표지석 자리는 산 정상이라고 믿기질 않을 정도로 약 200㎡ 평지가 있다. 주봉 전망대에서는 하늘을 향해 높게 솟은 기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후리메기삼거리는 주왕이 군사 훈련한 장소라 하여 훈련목으로 불리다 '후리메기'로 지명이 바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골골마다 이야기가 가득한 주왕산 등산길

시원한 물줄기 따라 펼쳐진 수려한 경관을 관람하려면 절골 코스를 추천한다. 이 코스는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이 다르고 편도는 6시간, 왕복은 12시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적절한 계산 뒤에 산행하는 것이 좋다. 보통 절골분소에서 출발해 대문다리를 거쳐 가메봉~후리메기 입구~절구'용추폭포~상의주차장으로 넘어가며 13㎞ 정도 된다. 절골계곡은 원시림이 그대로 유지된 곳이며 비교적 사람들이 찾지를 않아 한적한 산행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죽순처럼 곧고 날카롭게 솟은 기암괴석과 울창한 수림에 둘러싸인 것이 특징이다. 절골분소~가메봉~후리메기 입구까지 고된 산행을 마치고 들어서면 시루봉이 나온다. 생김새가 마치 떡을 찌는 시루같이 생겼다 해서 시루봉이다. 남성의 옆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파른 암벽을 오르며 웅장한 기암의 옆모습과 아름다운 숲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가 바로 장군봉 코스다. 장군봉 코스는 결코 쉬운 코스가 아니라 어린이와 노약자는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다. 상의주차장에서 백련암을 지나 장군봉~금은광이삼거리~용연·절구·용추폭포를 지나 다시 돌아오는 코스다. 이곳에서는 주왕산 인근 마을인 상의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상의마을의 상의는 원래 '삼의'(三宜)로 주왕이 마 장군과 세 번 싸우고 나서 모두 이겼다는 의미다. 장군봉은 주왕이 마 장군과 싸움을 할 때 이 봉우리에서 직접 진두지휘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사람의 이마와 생김새가 비슷해 이마바위라고도 불린다. 백련암은 주왕의 딸 백련 공주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가 머물렀던 송은정사가 현재 현판과 터만 남아 있다.

이 밖에 월외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는 월외 코스가 있다. 월외탐방지원센터에서 노루용추~달기폭포~너구마을~금은광이삼거리까지 올랐다가 용연·절구·용추폭포로 내려가거나 장군봉을 거쳐 내려갈 수 있다. 월외계곡은 대둔산과 태행산에 둘러싸인 월외마을 골짜기를 말한다. 월명산 밖에 있다고 해서 월외라고 부른다. 달기폭포는 달기약수탕에서 월외계곡을 따라 약 4㎞ 거슬러 오르면 있다. 일제강점기 때 목탄을 싣는다는 이유로 자연경관이 많이 훼손돼 있다. 용추폭포는 여성, 달기폭포는 남성에 비유된다.

최근 상주~영덕 고속도로 개통과 맞물려 40년 만에 영덕군 달산면 용전리에서 갓바위를 거쳐 가메봉에 오르는 6.2㎞ 구간이 개방됐다. 지난 1976년 주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안전사고 방지 등의 이유로 폐쇄됐다가 새롭게 코스가 정비되면서 등산객을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코스인 만큼 등산객에게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자문- 대한관광경영학회 김영규, 박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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