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 인터뷰] 개헌특위 가동 준비 정세균 국회의장

"제왕적 대통령 권한 분권화 '개헌 단일안' 만들 수 있어"

* 정세균은? 전주 신흥고 고려대 법학과 미국 페퍼다인대학 MBA 경희대 경영학 박사 고려대 총학생회장 쌍용그룹 상무 열린우리당 의장
* 정세균은? 전주 신흥고 고려대 법학과 미국 페퍼다인대학 MBA 경희대 경영학 박사 고려대 총학생회장 쌍용그룹 상무 열린우리당 의장'원내대표 산업자원부 장관 제15, 16, 17, 18, 19, 20대 국회의원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국회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여소야대의 정치 구도 속에서 행정부와 국회의 협치 필요성이 과거 어느 정권 때보다 높아진 것이다.

특히 20대 국회는 개헌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설계하는 중차대한 책임이 국회에 맡겨져 있다.

매일신문을 비롯해 전국 각 광역 단위 지역 대표 일간지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는 이런 시기임을 감안, 정세균(66) 국회의장을 만났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서 약 2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 의장은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의장 취임 이후 많은 일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국회 환경미화원 직접 고용을 실천했고, 국회의장 직속으로 국회 특권내려놓기위원회를 운영해 불체포특권 폐지, 국회의원 민방위훈련 면제 폐지, 친인척 고용 제한, 의원 수당 관련 세제 개편 등 여러 가지 특권들을 내려놨다. 또 정부'여당과의 마라톤협상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해결했고, 예산안 처리 헌법 기한 준수, 개헌특위 설치, 역대 국회 첫해 법률안 처리 실적 1위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탄핵소추안 통과다. 다시는 이러한 국가적 불행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가장 보람 있던 일은 예산안 처리 마지막 날까지 줄다리기했지만, 단호하게 요구해 관철시킨 국회 환경미화원 직접 고용 실현이다. 국회부터 시작해 공공 부문, 민간기업까지 고용안정의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국회의장은 영어로 체어맨(chairman)이 아닌, 스피커(speaker)다. 가장 상석에 앉아 권위를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의 말씀을 대신 전달하는 사람이다.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서,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겠다.

-개헌에 대한 기대가 크다. 개헌될 수 있다고 보나?

▶각론에 들어가면 이견이 있겠지만 하여튼 바꿔야 한다. 공통분모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판을 듣는 대통령의 권한을 분권화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는 모두 공감하기 때문에 개헌의 토양이 아주 잘 돼 있다고 보면 된다.

개헌특위가 이미 국회에 만들어져 있다. 개헌특위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 특위를 가동하면 단일안이 나올 수 있어 개헌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보통 의원들이 아니다. 대통령을 파면시킨 의원들 아니냐. 새 대통령이 개헌 미루자고 한다고 해서 대통령을 파면시킨 겁 없는 의원들이 꼬리를 내릴 것 같으냐? 그렇지 않다. 대선 전부터 물 건너갔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봤다.

-개헌 작업이 각론으로 들어가면 쉽지 않을 텐데?

▶4년 중임이건, 분권형 대통령제건, 내각제건 공통점은 대통령 권한 조정에 있다. 그런 공감대를 잘 만들어 가면 된다. 지금 대통령 권한을 그대로 두고 4년 중임제 하면 개선이 아니고 개악이다. 대통령 권한을 줄이고 조정하면 중임제나 단임제나 큰 차이가 없다. 국가적으로 봐서 개헌을 안 하면 불행한 사태가 안 온다는 보장이 없다. 절대 권력은 부패하게 돼 있다. 그것을 조정해 줘야 한다. 그대로 두고 양심에 따라 잘하기를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국회는 분원을 만들어 세종시로 가는 건가?

▶국회를 통째로 다 옮기는 것이 좋은데, 이렇게 되면 헌법 개정이 돼야 한다. 헌법 개정을 통해서 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일단 행정수도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정리가 된 상태인데, 행정수도로 다시 가는 것은 국민적 공감이 필요하다.

국회 분원 설치는 분원을 설치하는 것이 더 이로우냐, 해로우냐를 판단하면 된다. 그런데 수도가 전체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내 개인적으로는 아예 다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헌법 개정과 국민 동의를 얻어야 하니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편익을 비교해서 편익이 더 크다고 하면 분원을 설치하는 게 옳다고 본다. 편익 분석을 위해서는 용역을 해야 한다. 분원 설치 비용이 약 1천억원 정도 들 것으로 보이는데 편익 분석을 해봐야 한다. 1천억원 들여 효용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추진하는 것이고, 돈만 들어가고 효과가 없다고 하면 못 하는 것이다.

-분원 설치하면 본회의도 분원에서 하는가?

▶본회의는 어려울 것 같고 상임위만 한다. 분원 규모 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하면서 추진해야 한다. 주먹구구식으로 할 일은 아니다.

-행정수도에 대해 남다른 애정이 있다고 하는데?

▶행정수도 공약 발표를 내가 했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 때다. 노무현 당시 후보 모시고 대전에 가서 조그마한 호텔에서 차트 그려놓고 발표를 내가 했다. 선거운동할 때 라디오 토론을 많이 했는데, 주로 내가 나가서 설명했다. 행정수도에 대해 애정도 있고 관심도 많다. 행정수도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때도 내가 원내대표였다. 야당이 반대하는데 내가 통과시켰다. 헌재에서 위헌 판결이 나서 행정수도특별법이 없어지고 행복도시로 바꿀 때는 내가 당 대표였다. 행복도시특별법도 내가 당 대표를 하면서 통과시켰다.

-참여정부 때 행정수도 외에 혁신도시도 만들었다. 효과는 어떻게 보나?

▶공공기관을 옮기는 혁신도시를 안 했으면 어떻게 됐겠나. 공공기관 옮긴다고 해서 서울이 망하는 것도 아니고, 교통난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 바람직한 것이다. 혁신도시가 생겨서 훨씬 좋아졌다. 지방이 살도록 해야 한다. 이명박정부 때 지방을 살리기 위해 행정체제를 기존 3층 구조에서 2층으로 만들려고 했다. 광역-시군구-읍면동으로 나뉜 것을 광역을 없애려 했다. 그것을 이명박정부가 추진했는데 내가 당 대표를 하면서 적극 협력했다. 그런데 이명박정부가 그것을 못 했다. 그걸 했으면 지금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2층 구조로 해도 된다. 지역주의를 완화하려면 정말 좋은 방안이다. 나는 당 대표를 할 때 지방분권특위도 만들었다. 우리가 지방을 위해 혁신도시를 만드는 등 여러 가지를 했는데 우리 이후의 정권이 이를 뒷받침해 주지 못했다.

-대한민국에 성공한 정권이 없다는 의견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성공한 정권이 이제 좀 나왔으면 좋겠다. 성공한 정권이라고 칭할 만한 정권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는 정말 잘해줬으면 좋겠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정말 많이 실망했는데, 그걸 보상해줘야 할 것 아닌가. 대선 끝나고 5월 11일 날 뒷산에 갔더니 어떤 노인이 얘기하더라. "박근혜보다야 못하겠어요"라고. 박근혜 정권보다 나으니까 박수 받는 게 아니고, 진정으로 국민에게 평가받고, 정말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잘할 것 같나?

▶내가 문재인 대통령과 비교적 일을 많이 한 사람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이 예전에 청와대에서 일할 때 나는 2005년 여당 원내대표. 2006년엔 정부에 있었다. 2007년에 당 의장을 했다. 그때 일을 같이 많이 했는데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우면서도 많이 다르다. 노 전 대통령이 양 극단을 가지고 있다면 아주 탁월한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양쪽을 빼고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나는 잘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년뿐 아니라 국민의정부, 참여정부까지 다 포함해서 잘잘못을 따져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굉장히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잘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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