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도 감성브랜드 '할매할배의 날'] <5·끝>국가기념일 제정 제안

어버이날과 달리 세대간 소통에 초점…국민적 공감대 높여야

경북도 할매할배의 날 전국화 홍보단이 4월 경남 창녕군 남지유채단지와 남지체육공원에서 열린
경북도 할매할배의 날 전국화 홍보단이 4월 경남 창녕군 남지유채단지와 남지체육공원에서 열린 '제12회 창녕 낙동강유채축제' 현장에서 할매할배 인형 탈을 쓰고 할매할배의 날 홍보에 나섰다. 경북도 제공
지난해 6월 경북도는 인기 걸그룹 EXID가 출연한 캠페인송을 제작, 청소년들이 어렵게 느끼던 조부모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도록 했다. 할매할배의 날 캠페인송 캡처
지난해 6월 경북도는 인기 걸그룹 EXID가 출연한 캠페인송을 제작, 청소년들이 어렵게 느끼던 조부모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도록 했다. 할매할배의 날 캠페인송 캡처

#1. 지난 4월 14일 경남 창녕군 '창녕 낙동강유채축제' 현장에 할머니'할아버지 인형 탈을 쓴 이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광장에서 준비해온 율동을 펼치며 이목을 끌었다. 이어 축제장을 누비며 어린이 방문객에게 다가가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바로 경상북도의 할매할배의 날 전국화 홍보단이다.

#2. 지난해 6월 28일 오후 8시 케이블 방송인 SBS MTV의 'THE SHOW'에서 인기 걸그룹 EXID가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뮤직비디오에서 EXID는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할머니'할아버지에게 답을 구하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이 뮤직비디오는 경북도가 청소년이 어렵게 느끼는 조부모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했다.

경상북도는 2014년 전국 최초로 '할매할배의 날'을 제정했다. 고령화와 가족공동체 붕괴에 따른 가족문제, 인성교육 및 노인문제에 종합적으로 대응하고, 각종 사회문제를 가정에서 조부모를 중심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다. 지난 2년간 운영해본 결과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

이에 경북도는 사업 추진 성과를 바탕으로 대구경북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는 등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공감대 형성과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위 두 사례도 그 일환이다.

◆유사 국가기념일과의 차별성 확보가 관건

할매할배의 날 참여 후 변화를 알아보는 영향 평가 결과(본지 5월 29일 자 11면 보도) 노인에게는 외로움 해소, 건강유지, 자아존중감 등 노인문제 개선에 이바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세대 간 관계 및 소통 향상, 손자녀 인성 도움, 가족관계 개선, 시민인식 증진 등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는 현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핵가족화가 급속하게 진행됐다. 핵가족화는 세대 단절을 불러왔다. 노인은 정서적, 물리적 고립으로 인한 다양한 형태의 사회문제를 경험하고, 손자녀는 조부모로부터 사랑과 삶의 지혜를 배울 기회가 제한돼 인성, 공동체 의식, 자아존중감, 인간관계 형성 등을 할 기회를 잃었다.

해법은 할매할배의 날에 있다.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일본 등은 조부모의 날(Grandparents Day)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했다. 그리고 이날 3대가 함께 참여하는 각종 행사나 모임을 한다. 일본은 9월 셋째 주 월요일을 경로의 날로 운영한다. 일본 정부는 이날을 법정공휴일로 운영하며 조부모 세대와 손자녀 세대가 교류할 수 있는 물리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손자녀는 감사편지와 꽃, 수제 앨범, 실을 엮어 만든 팔찌, 열쇠고리 등 직접 만든 선물을 드리는 등 적극적인 교류를 촉진한다. 총리는 100세 노인에게 축하장과 기념품을 자치단체장을 통해 전달하는 등 구체적인 정책 구현이 이루어진다. 민간과 정부가 협력해 인식 개선 캠페인을 펼치거나 양로라는 지명을 활용해 사이다를 만들어 판매하는 등 산업화 노력도 이뤄졌다.

현재 우리도 이와 같이 국가와 사회적 차원에서 세대교류 기회를 확대하려고 노력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할매할배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려면 유사 기념일과 차별성 확보가 관건이다. 이미 한국에는 노인의 날, 어버이날처럼 할매할배의 날과 비슷한 국가기념일이 있기 때문이다.

노인의 날은 전통 미풍양속인 경로효친 의식을 높이고, 노인문제에 대한 국가적 대책을 마련하고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어버이날은 어버이에 대한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전통 미덕을 기리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할매할배의 날은 세대 간 소통, 가족공동체 회복을 통해 사회문제를 예방하고 모든 세대가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노인의 날과 어버이날이 손윗사람에 대한 감사와 공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할매할배의 날은 소통을 통해 세대통합을 이루고 사회문제 예방과 모든 세대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국가기념일 지정 방안은 무엇?

앞으로 할매할배의 날이 전국적 세대교류 모델이 되고, 사회'경제적으로 그 효용성이 확산하려면 국가기념일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할매할배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정하는 방법에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27039호)을 개정하는 것과 사회복지사업법이나 노인복지법 등 개별법을 개정해 기념일을 지정하는 방법이 있다.

이보다 시급한 게 우선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동참하는 분위기 조성이다. 현재 경북도는 할매할배의 날 관련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홍보단을 운영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북도 시행 할매할배의 날 인지도 설문에서 '알고 있다'('들어본 적 있다' 포함)는 대답이 8.1%에 그친 게 단적인 예이다. 국민 91.9%는 할매할배의 날을 들어본 적도, 알지도 못하는 것.

이를 해결하려면 먼저 홍보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대 간 교류가 우리 사회와 가족공동체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널리 알리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예방하고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TV, 라디오, 신문,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 조부모 세대, 부모 세대, 손자녀 세대 각각 특성을 분석해 이에 맞는 메시지를 생산'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조부모 세대에게는 할매할배의 날이 노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해소와 후세대 격대교육 주체로서의 역할 등을 통해 주체적인 노인상을 정립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부모 세대에게는 조부모와 교류가 자녀의 인성, 학교생활 적응력 향상, 자녀 정서발달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손자녀 세대에게는 조부모와 교류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고 공동체 의식을 향상하는 등 사회적 관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할 수 있다.

국민적 공감대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범시민적 차원에서 전개할 필요가 있다. 경제계, 학계, 여성계, 종교계, 공공기관, 민간단체 등을 중심으로 할매할배의 날 법정기념일 제정을 공감할 수 있도록 설명회와 공청회 등을 여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이들 단체가 관련 기관과 상호 연계'협력해 활동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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