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페이스K '어둠으로부터'전

익숙한 듯 낯선 일상의 풍경

이만나 작
이만나 작 '긴 겨울'

박경작·이만나 작가 참여

어둠과 밤의 시공간 표현

스페이스K(대구 수성구 동대구로)에서 '어둠으로부터'(From the Darkness)

란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는 박경작'이만나 작가는 일상을 배경으로 익숙한 듯 낯선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물리적 공간에 심리적 층위를 가미한 회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박 작가는 어둠에서 차오르는 빛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이 작가는 야간의 평범한 풍광 속에서 밤의 깊은 울림을 화면에 구성한다.

스페이스K 고재령 큐레이터는 "이들의 작업은 일상과 회화의 묘한 경계 위에 어둠이 연출하는 극적 아우라를 통해 그 아래에 가려진 심연의 세계를 통찰력 있게 들여다본다"면서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가 선보이는 검은 풍경을 통해 어둠이 뿜어내는 감각과 사유의 스펙트럼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자신이 살고 겪어온 현실의 풍경들로부터 신성함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체험한 것들을 예술적 비전으로 풀어낸다.

그의 작품에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시의 건물이나 교회의 첨탑이 종종 등장한다. 첨탑의 이미지를 중앙에 배치한 '침묵의 회화'는 삼면화 구성의 종교화 형식을 따르며 영성에 대한 박 작가의 남다른 추구를 드러낸다. 빛과 어둠이라는 대조적 장치는 미묘한 색의 변화를 더욱 섬세하게 드러내며 유화 물감을 희석해서 겹겹이 바르는 글레이징 기법은 색에 깊이를 한층 더한다. 이렇게 완성된 그의 작품은 어둠과 빛의 극명한 대조하에 이질적인 시공간을 감성적으로 창출한다.

이 작가는 주변의 외부 세계에 대해 습관적인 시선을 접어둔 채, 있는 그대로를 마주하며 생소하게 느껴지는 낯선 경험에 주목한다. 이를 예기치 않은 대상과의 '우연한 맞닥뜨림'으로 표현하는 이 작가는 그 자체의 온전한 접촉에서 작품을 시작한다. 그의 그림 속 대상과 장소는 극적이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길가의 건물이나 담벼락, 수목 등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의 특정 부분들이다.

이 작가는 지극히 평범한 대상에서 발견한 어떤 큰 울림을 긴 시간에 걸쳐 화폭에 담아낸다. 이렇게 완성된 그의 작품 속에서 표현된 색과 톤은 한층 깊고 절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다양한 컬러를 드러내기 쉽지 않은 어두운 밤을 표현하는 데 있어 이 작가는 집요하리만큼 오랜 시간과 노동을 투입해 섬세한 묘사와 뛰어난 색채 감각이 돋보이는 울림의 풍경을 선사한다. 27일(화)까지. 053)766-9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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