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송 자연유산 그랜드슬램] <3>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두꺼운 화산재층으로 된 주왕산…노약자·장애인도 지질탐방 거뜬해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현장평가단은 청송 지질명소에 직접 방문했다. 당시 평가단이 주왕산 퇴적암층을 살피는 모습. 청송군 제공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현장평가단은 청송 지질명소에 직접 방문했다. 당시 평가단이 주왕산 퇴적암층을 살피는 모습. 청송군 제공
2014년 청송군은 국가지질공원에 등재되고 나서 지질명소 탐방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콘텐츠를 확충했다. 주왕산의 대표적인 절경인 기암단애에 전망시설과 포토존을 설치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청송군 제공
2014년 청송군은 국가지질공원에 등재되고 나서 지질명소 탐방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콘텐츠를 확충했다. 주왕산의 대표적인 절경인 기암단애에 전망시설과 포토존을 설치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청송군 제공

청송 전체가 지질공원

역사'문화의 지질명소 24곳

화려한 꽃문양 구과상 유문암

유네스코 평가위원들도 감탄

세계지질공원 연계 정책

화산 분출물 쌓여 굳어진 땅

청송 특산품 사과 재배 인기

이색 산악스포츠 안성맞춤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대한민국 최초로 내륙지역에서 인증받은 세계지질공원이다. 앞서 인증받은 제주도는 일찍부터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가 2010년 경관이 뛰어난 9곳 명소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됐다.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만장굴, 산방산, 용머리, 수월봉, 대포해안 주상절리대, 서귀포층, 천지연폭포 등이다. 제주도는 180만 년 전부터 1천 년 전까지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독특한 지형의 섬이며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지형이기 때문에 유네스코도 이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려는 것이다. 그럼 청송은 어떻게 제주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을까? 청송군은 2014년 국가지질공원 등재 이후 세계지질공원으로 한 단계 성장하려고 끊임없는 노력을 했고, 마침내 2016년 12월 유네스코는 청송에 세계지질공원 등재권고를 결정했고 지난달 1일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란 법적 지위를 얻게 됐다.

◆세계지질공원과 국가지질공원

세계지질공원이란 개념은 1990년대 중반 유럽에서 지질학적 중요성을 가진 지역의 가치를 보존하고 증대시키려는 필요에 의해 시작됐다. 2000년 유럽지질공원 네트워크가 결성된 후 2004년에 유네스코가 지원하는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가 출범하면서 지금까지 성장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세계유산, 생물권 보전지역과 함께 유네스코 3대 보호제도 중 하나다. 보통 천연기념물과 습지보호지역 지정 등은 행위제한이 있어 지역 주민이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계지질공원은 핵심 관심 대상을 지질명소(geosite)로 지정하고 별도 용도지구를 설정하지 않으므로 지역 주민의 재산권 행사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보전과 교육, 관광 등을 통해 지역 경제의 발전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것이 세계지질공원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 130개소 정도만이 인증을 받은 상태다.

국가지질공원은 우리나라가 2012년 자연공원법 제2조를 개정하면서 생겨난 제도다.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으로서 이를 보전하고 교육'관광 사업에 활용하고자 환경부장관이 인증한 공원을 말한다. 국가지질공원에 등재돼야 세계지질공원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가대표 선발 격이다.

최근까지 청송(2014년)을 포함해 제주도(2012년)와 울릉도'독도(2012년), 부산(2013년), 강원평화지역(2014년), 무등산권역(2014년), 한탄'임진강(2015년)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올해 1월 강원고생대 지역이 새롭게 국가지질공원인증을 받았다.

◆청송지질공원

청송지질공원은 청송군 전체(845.71㎢)가 지질공원으로 인증돼 있다. 그만큼 청송은 지역 곳곳에 지질명소가 골고루 분포돼 있으며 그 가치와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송은 총 24개 지질명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질시대 분포는 선캄브리아기와 쥐라기, 백악기, 신생대 제3기 등이다.

청송지질공원은 화성(암)명소와 퇴적(암)명소, 지형명소, 수리명소, 고생물명소 등으로 나뉜다. 먼저 주왕산국립공원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두꺼운 화산재층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 주왕계곡 지질탐방로는 노약자와 장애인까지도 탐방할 수 있을 만큼 편의시설이 잘 조성돼 유네스코 평가위원들에게 호평을 받기도 했다.

청송백자 원료 산지인 법수도석 지질명소는 지질과 역사,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곳이다. 세계에서 10개 미만의 지역에서밖에 산출되지 않는 리튬-베어링 토수다이트(Li-bearing tosudite)가 다량으로 매장된 것이 알려지면서 세계 학계에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꽃돌'이라고 불리는 구과상 유문암은 전 세계적으로 약 100여 군데 정도밖에 산출되지 않는데 대부분 청송 꽃돌처럼 화려하지 않다. 청송 꽃돌은 특이하고 꽃문양을 띠는 것은 물론 그 크기와 형태가 다양해 해바라기, 국화, 목련 등 다양한 꽃 모양을 연출해내기도 한다. 유네스코 평가위원들은 청송 꽃돌을 관찰하고 나서 "자연이 돌 위에 새긴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말하며 감탄하기도 했다.

◆청송군, 7년을 준비해 이뤄낸 성과

제주도가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된 2010년 청송군은 미래 관광 발전을 위한 대안으로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선언했다. 인근 지자체는 물론 지역민들조차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설마? 안 되겠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하지만 당시 한동수 청송군수는 청송의 풍부한 자연 자원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해 환경산림과 과장 및 담당자 등을 울릉도 세계지질공원 추진 보고회에 보내 동향 파악을 지시했다.

2011년 청송은 지질 분포와 개요 조사를 시작했고 다양성과 희귀성 등을 갖춘 지질명소를 찾아 정리했다. 이 무렵 국내에서는 자연공원법 개정을 통해 국가지질공원 제도가 도입됐고 2012년 12월 제주도와 울릉도'독도가 최초로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았다. 세계지질공원을 준비하던 청송군은 국가지질공원 인증 차례에 어려움이 없었다.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추진하면서 초석을 잘 다졌기 때문이다. 2013년 국가지질공원 신청서를 제출하고 나서 2014년 4월 청송국가지질공원 인증이 최종 확정됐다.

국가지질공원으로 이름을 올린 청송은 세계지질공원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주왕산 탐방안내소에 다양한 콘텐츠를 확충하며 지질학습관 암석 태그 시스템을 구축하고 홍보영상실에 3D 상영시스템까지 도입했다. 주왕산의 대표적인 절경인 기암단애에 전망 시설과 포토존을 설치하고 수락리 주상절리에 관람 데크 등을 설치했다. 명소마다 일제히 안내 문구에 대한 정비를 한 뒤 교육콘텐츠를 추가시켰다.

2015년 청송군은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주민공청회를 열었고, 세계지질공원 신청서 작성 학술용역을 의뢰해 내실을 다졌다. 그해 5월 세계지질공원 신청 대상지 심의'의결에서 우리나라 단일 후보로 선정됐고,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를 통해 세계지질공원 신청서를 유네스코 파리본부에 접수했고 2016년 유네스코와 국제지질학연합(IUGS)은 청송에 대한 서류 평가를 진행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위원회는 그해 12월 22일을 청송을 '꼭 찾아보고 연구해야 하는 곳'으로 명명하며 대한민국 두 번째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 권고했다. 지난달 1일 오후 4시 30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유네스코 청송 세계지질공원'을 이사회 승인과 함께 공식화했다.

◆세계지질공원과 함께한 청송군 정책

청송군은 세계지질공원을 통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청송의 대표 특산품인 사과는 백악기 한반도 동남부에 발생한 화산 활동에 의해 뿜어져 나온 분출물이 쌓여 굳어진 땅 위에 재배되고 있다. 토양에 함유된 풍부한 광물자원이 사과의 맛을 한층 올려줘 '지질푸드'(Geo -food)라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이스클라이밍과 산악마라톤, 패러글라이딩, 산악자전거, 모터사이클 등 청송은 산악스포츠의 메카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산악스포츠도 지질공원과 연계해 '지질엑티비티'(Geo-activity) 상품을 고안하기도 했다. 지질공원 속에서 산악스포츠를 즐기며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청송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슬로시티 정신과 연계한 전통한옥 숙박체험도 청송에서는 눈여겨볼 만하다. 99칸의 송소고택이 있는 덕천마을과 민예촌 등은 산악지형과 어우러져 독특하게 발전한 건축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지질하우스'(Geo-house)로 이름 지어 하루 숙박에도 전통과 자연 모두를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한동수 청송군수는 "기존의 스쳐가는 관광에서 머무르며 먹고 힐링하는 체류형 관광을 위해 지역의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며 "세계지질공원 등재와 함께 당진~영덕 고속도로 개통, 대명리조트 완공 등을 통해 대한민국 명품 관광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자문=대한관광경영학회 김영규'박수정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